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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cker News 2026.08.21 33

라이디 가가의 오레오를 사는 시대: 관심경제가 바꾼 소비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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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의 한 장면은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거의 이해되지 않는다. 펄 잼(Pearl Jam)은 데뷔 앨범 'Ten'과 MTV에서 집중적으로 돌아간 'Jeremy' 뮤직비디오로 순식간에 슈퍼스타가 됐다. 그런데 밴드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후 5년간 뮤직비디오를 찍지 않았고, 화보와 인터뷰를 거절했으며, 프로듀서가 확실한 히트감이라고 장담한 'Better Man'을 두 번째 앨범에서 아예 빼버렸다. 그럼에도 그 앨범은 첫 주에만 100만 장 가까이 팔리며 기록을 세웠고, 이후 600만 장을 더 팔며 한 달 넘게 빌보드 1위를 지켰다. 상업적 성공을 스스로 거부하던 이 태도는 지금의 감각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해 있다.

'팔아먹기'가 흉이던 시절

당시에는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쿨하지 못한' 일로 여겨졌다. 커트 코베인은 펄 잼을 주류에 영합한다며 조롱했고, 문화 평론가 척 클로스터먼은 '셀아웃(selling out)이라는 개념이야말로 90년대의 가장 90년대다운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 스파이스 걸스가 수백만 장을 팔던 시기에도 이들을 싫어하는 것이 힙한 태도로 통했다. 음악 평론가 크리스 달라 리바의 지적처럼, 록 밴드가 맥주 광고에 나오면 영구적으로 신뢰를 잃을 수 있던 시대였다. 이 정서는 반소비주의 흐름과 맞물려 있었다. 'Super Size Me', 시애틀 WTO 반대 시위, 에릭 슐로서의 'Fast Food Nation',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 같은 텍스트가 그 배경을 이뤘다.

오늘날 그 공기는 사라졌다. 메건 디 스탤리언은 파파이스 가맹점주가 됐고, 드레이크는 온라인 도박을 권하며, 마룬 5는 현대차 헌정으로 밥 말리를 커버한다. 아이스 스파이스는 첫 히트 직후 벤 애플렉·던킨과 협업 음료를 냈고, 이기 팝은 보험을, 밥 딜런은 빅토리아 시크릿 광고에 등장했다.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DJ D-Sol'로 롤라팔루자 무대에 섰다. 레이디 가가의 '크로마티카' 오레오는 매대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워싱턴포스트 음식 평론가마저 호평했다. 소비자들은 식감이나 색을 두고 불평했을 뿐, 뮤지션이 대형 식품 기업과 손잡고 대량생산 쿠키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두 가지 변화가 만든 관용

'Blank Space'의 저자 W. 데이비드 마르크스는 이 현상을 '팝티미즘(poptimism)'으로 설명한다. 대중예술도 다른 예술만큼 가치 있다는 이 사고는, 록만이 진짜 예술이라던 '록키즘'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비평가들이 이를 과도하게 밀어붙였다고 본다. 어떤 예술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것이 곧 어떤 사람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 시작하자, 예술성으로 판단하기를 포기하고 인기로만 판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원문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인터넷이 비평의 권위를 무너뜨려 유튜브 댓글 작성자를 피치포크 편집자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고, 예술과 오락을 가르던 경계선이 무방비 상태에서 씻겨나갔다는 진단이다.

'위대한 뒤바꿈'과 관심경제

다만 이것만으로는 왜 우리가 노골적인 상업성까지 관대하게 받아들이게 됐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필자가 제시하는 답은 '위대한 뒤바꿈(Great Switcheroo)'이다. 존 스타인벡이 말한 '일시적으로 곤궁한 백만장자'라는 심리, 즉 언젠가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으니 부를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태도가 이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YouGov 조사에서 40명의 부자 중 절반 이상의 호감을 받은 사람은 없었고, 제프 베이조스는 인지도 90%에 호감도 19%에 그쳤다. 반면 유명인은 사정이 다르다. 레이디 가가는 인지도 97%에 호감도 61%, 새뮤얼 L. 잭슨은 96%에 81%였고, 패리스 힐턴의 40%조차 워런 버핏(41%)을 뺀 모든 부자보다 높았다.

필자의 해석은 이렇다. 부자가 되기는 어려워졌지만 유명해지기는 쉬워졌다는 것이다. 한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일은 재앙이었다. 2002년 '스타워즈 키드'는 협박에 시달리고 학교에서 사실상 쫓겨났으며, '누마 누마' 소년은 자신의 유명세에 괴로워했다. 그러나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2007), 스트라이프(2010), 패트리온(2013)이 관심을 수익으로 바꾸는 금융 인프라를 깔면서, 하룻밤의 유명세는 고통에서 돈벌이로 바뀌었다. 초기 세대는 수익화 시점을 놓쳤지만 이후 세대는 아이콘이 됐다. 길드 시대 사람들이 카네기를 봤다면, 지금 우리는 미스터 비스트를 본다.

한국 IT 실무자에게 이 글의 쓸모는 문화 비평보다 관심경제의 작동 원리에 있다. 창작자 이코노미가 폭발한 배경에는 취향이 아니라 결제·정산·후원 인프라의 정비가 있었다는 지적은 플랫폼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이들에게 직접적이다. 관심을 화폐로 바꾸는 파이프라인이 갖춰지는 순간, 대중의 심리와 시장 규범은 빠르게 뒤따라 재편된다. Gen Z의 57%, 기성세대의 41%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고 답하는 지금, 관심경제는 사람들이 여전히 계층 상승을 기대하는 유일한 영역이 됐다. 우리가 유명인의 탐욕까지 눈감아주는 이유는, 스스로를 '일시적으로 무명인 셀럽'으로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진단은 미국 여론조사와 서구 대중문화 사례에 기반한 에세이라는 한계가 있으며, 한국의 플랫폼 환경과 소비 정서에 그대로 대입하기 전에 검증이 필요한 가설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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