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톱 웨일(Tabletop Whale)은 직접 제작한 차트와 인포그래픽, 애니메이션을 공개하는 과학 시각화 블로그다. 운영자는 자신의 박사 연구를 병행하는 연구자로, 천문 데이터를 다루는 '아틀라스 오브 스페이스(Atlas of Space)' 연재와 코로나19 대응 협업 등 서로 성격이 다른 작업을 한 흐름으로 보여준다. 겉보기에는 예쁜 그림을 만드는 취미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데이터 통합과 공개, 재현성이라는 실무자에게 익숙한 문제들이 그대로 녹아 있다.
흩어진 데이터셋을 다루는 현실
가장 눈여겨볼 작업은 달의 지질 지도다. 제작자는 이미 화성 지질 지도를 만든 경험이 있었지만, 달 지도는 훨씬 까다로웠다고 설명한다. 지질 데이터가 여섯 개의 서로 다른 데이터셋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 데이터셋은 라벨 체계가 제각각인 데다 포맷까지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지형을 두고 한쪽은 'Basin Material, Rugged', 다른 쪽은 'Material of Rugged Basin Terrain'처럼 표현이 엇갈리는 식이다. 결국 그는 의미가 가까운 용어들을 하나의 색으로 묶어 정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대목은 여러 소스에서 데이터를 끌어와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금세 공감할 만하다. 서로 다른 출처의 명명 규칙을 맞추고, 중복되거나 유사한 범주를 통합하는 일은 실제 작업 시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화려한 결과물 이면에서 데이터를 '짜 맞추는' 전처리 과정이 전체 난이도를 좌우한다는 점을 이 사례가 분명히 보여준다.
정확성과 가독성 사이의 결정
달 데이터는 지질 연대 정보가 정밀하지 않다는 문제도 안고 있었다. 어떤 지역은 'Imbrian 또는 Nectarian' 시기처럼 불확실하게 기술됐고, 'Imbrian, Nectarian, pre-Nectarian'을 한데 묶은 범주도 있었다. 제작자는 이런 불확실한 집계를 한 장의 지도에 모두 담는 것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판단해 연대 정보를 아예 빼기로 했다. 지도는 크레이터, 분지 같은 지질 범주별 색으로만 구분되고 연령은 표시하지 않는다.
이는 데이터를 다룰 때 자주 마주치는 선택이다. 원본의 모든 세부 정보를 살리려다 전달력을 잃느냐, 아니면 일부를 과감히 생략해 요약된 개요를 제공하느냐의 문제다. 제작자 스스로도 결과물이 원본 데이터의 정밀한 복제가 아니라 '요약된 지질 지도'라고 분명히 밝힌다. 환기 장치 애니메이션에서도 마찬가지로, 협업 상대가 필요로 한 단순화된 회로만 그렸을 뿐 인공호흡기에 대한 포괄적 설명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이 만든 산출물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는 태도는, 데이터 제품을 다루는 모든 실무자가 참고할 만한 지점이다.
공개와 재현성의 가치
실무적으로 더 주목할 부분은 공개 방식이다. 지도 작업에는 오픈소스 코드 링크가 함께 제공되어, 결과물뿐 아니라 그것을 만든 과정과 코드까지 공유된다. 코로나19 당시 제작한 환기 그래픽은 공공 도메인으로 풀어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했다. 당시 협업한 CoVent-19는 열세 명의 의사로 구성된 조직으로, 엔지니어에게 의료 환기의 기초를 가르쳐 기존 장비나 대체 자원으로 새로운 해법을 설계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시각화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분야 간 협업의 매개가 된 사례다.
데이터에 접근하는 관점의 신선함도 눈에 띈다. 달이 지구에 조석 고정되어 자전과 공전 주기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뒷면은 지표에서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천문학적 사실을, 그는 2018년 구글 검색 데이터와 엮어 보여준다. 'moon'이라는 단어의 검색 빈도가 매번 보름달 시기에 예측 가능하게 치솟는다는 것이다. 과학 데이터와 일상의 행동 데이터를 나란히 놓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 이 접근은, 데이터에서 어떤 맥락을 끌어낼지가 결국 시각화의 설득력을 결정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블로그의 사례들은 거창한 도구나 규모 없이도 좋은 데이터 작업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흩어진 소스를 일관되게 정리하고, 전달을 위해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며, 결과와 과정을 함께 공개하고, 산출물의 한계를 솔직히 밝히는 것. 데이터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분야를 막론하고 되새길 만한 원칙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