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조지의 19세기 저작 『진보와 빈곤』을 되살린 서평으로 ACX 서평 공모전에서 우승했던 라스 두세는, 5년이 지난 지금 그 아이디어가 블로그 논쟁거리에서 실제 입법 동력으로 옮겨간 과정을 되짚는다. 그는 현재 토지경제센터(Center for Land Economics)에서 상근으로 일하며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지주의의 핵심 주장은 단순하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빈곤과 격차가 오히려 심화되는 역설이 나타나는데, 그 근본 원인이 토지라는 것이다. 물질적 조건이 개선되면 지주들은 자신이 만들지 않은 입지의 이점을 근거로 더 높은 임대료를 물릴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처럼 지역 평균 이상을 버는 사람은 이 흐름을 따라잡지만, 교사나 서비스직은 밀려난다. 어린이집 같은 서비스 요금이 오를 때 그 인상분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도 사업주나 노동자가 아니라 임대인이라는 설명이다.
토지가치세라는 처방
조지가 제시한 해법은 토지가치세(LVT)다. 건물 등 개량물의 가치를 뺀 토지 자체의 연간 임대가치만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세금으로, 실무적으로는 기존 재산세에 '보편적 건물 면제'를 결합한 형태에 가깝다. 조지는 여기서 더 나아가 토지가치세를 유일한 세금으로 삼는 '단일세'를 주장했고, 노동과 자본에 대한 과세에는 반대했다. 단일세의 현실성은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토지가치세 자체는 좌·우·중도를 막론하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이상적 조세로 폭넓게 인정받는다. 비판은 주로 실무적·정치적 실행 가능성에 집중된다.
아이디어에서 입법으로
5년 전만 해도 가설에 가깝던 이 정책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입법 동력을 얻었다. 올해 4월 버지니아와 켄터키가 토지가치세 허용법을 통과시켜, 해당 주의 도시들이 건물세율은 낮추고 토지세율은 높이는 '분리세율' 재산세를 선택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워싱턴주에서는 사이트라인 연구소와 함께 법안을 준비 중이고, 뉴욕에서는 호컬 주지사가 신규 지하철 노선(IBX) 재원 마련을 위한 토지가치 환수 권한을 연장했다. 국제적으로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2025년 1월 토지가치세를 도입해 법정 다툼을 넘겼고, 영국은 오랫동안 LVT를 지지해 온 앤디 번햄을 총리로, 한국은 지난해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다만 독일의 실효세율이 낮고 두 신정부의 실행 강도가 미지수라는 점에서 저자는 기대치를 조절한다.
한국 실무자에게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AI와의 연결이다. 새로 부를 쌓은 AI 종사자들이 샌프란시스코와 서울의 땅값을 밀어올리면서, 애덤 오지멕은 토지가 AI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라 진단하고, 노르웨이 싱크탱크 랑식트의 공동설립자 악셀 스테리는 AI 시대를 이해하는 틀로 조지주의를 명시적으로 제안한다. 기술 생산성이 폭증해도 그 과실이 결국 지대로 흡수된다면, AI 붐이 역설적으로 조지주의에 대한 지지를 키울 수 있다는 관점이다.
설득이 아니라 실행이 먼저다
두세가 5년간 바꾼 생각의 핵심은 순서에 있다. 그는 여론과 엘리트의 합의를 먼저 바꾼 뒤 지루한 실행 작업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그 지루한 실무가 합의 변화를 선행하고 견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라인 논쟁의 키보드 워리어는 설득할 가치가 가장 낮은 상대이며, 정작 중요한 사람은 지역 시의회와 주 의회에 있다. 완강히 반대하는 지역을 붙잡기보다 이미 관심 있는 곳을 찾아 먼저 성공시키는 '어디서든 성공' 전략, 그리고 모험적인 초기 채택자와 사례를 만들어 신중한 2차 물결의 사회적 증거로 쓰는 접근이 '콜드 스타트' 문제를 넘는 방법이라고 그는 말한다.
실행을 뒷받침하는 것은 데이터와 도구다. 토지경제센터는 지방정부의 감정 토지가치를 지도에 3D로 시각화하는 오픈소스 도구 CivicMapper, 세수 중립적 세제 전환의 승자와 패자를 계산하는 파이썬 라이브러리 LVTShift 등을 무료로 공개한다. 이 분석은 토지가치가 도심에 집중되고 교외로 갈수록 옅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그 값비싼 땅이 지상 주차장 같은 저활용 용도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휴스턴은 지상 주차장에만 35억 달러 넘는 토지가치가, 그중 도심에만 5억 달러 가까이가 잠겨 있다. 세제를 전환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쪽은 공터와 주차장이고, 순이득을 보는 쪽에는 중위 단독주택 소유자가 포함된다는 것이 대부분의 모델 결과다.
이런 방법론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켄터키 루이빌의 활동가 잭슨 아놀드는 센터의 정치 플레이북 '당신의 고향에서 토지가치 환수 실현하기'를 따라 주 의회 법안 통과까지 이르렀고, 오하이오에서는 세입위원장인 공화당 소속 주 상원의원 빌 블레싱이 지역 선택형 LVT를 합법화하는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두세의 3부작이 다룬 세 가지 핵심 반론 — 현대 경제에서 토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LVT는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토지가치는 건물과 분리해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 은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책 실무자라면 이 세 지점이 실제 도입 논의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임을 염두에 둘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