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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은 왜 '홀로그램'처럼 보이는가 — 공간의 차원을 접는 물리학의 난제

중력은 왜 '홀로그램'처럼 보이는가 — 공간의 차원을 접는 물리학의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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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이론물리학에서 지난 30년을 통틀어 가장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꼽히는 것이 '홀로그래피 원리(holographic principle)'다. 핵심 주장은 이렇다. 공간의 어떤 영역을 상자로 둘러쌌다고 하자. 그 안에서 기체 분자가 튀어다니든 블랙홀이 충돌하든, 상자 내부를 전혀 들여다보지 않고 표면의 점들만 반복해서 측정하면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피에 담긴 정보의 양이 그 표면을 덮는 '페인트'의 양과 같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세제곱미터와 제곱미터의 범주적 차이를 지우는 셈이다. 논리와 기하학에 대한 정면 도전처럼 들리지만, 이 발상은 사고실험과 수학에서 꽤 탄탄한 근거를 얻고 있다.

칭화대의 이론물리학자 바르텍 체흐는 이를 뇌의 CT 촬영에 빗댄다. CT는 X선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며 수백에서 수천 장의 단면 영상을 얻어 뇌를 3차원으로 재구성한다. 홀로그래피는 내부를 전혀 보지 않고 표면만 촬영해도 모든 주름과 혈관, 뉴런까지 복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체흐는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를 '중력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중력이 특별한 이유

왜 하필 중력인가. 전자기력 같은 다른 힘을 담은 상자를 생각해보자. 양전하와 음전하는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표면에서 관측되는 장(場)이 0이어도 내부에 전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양·음전하가 정확히 서로를 가리고 있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 서로 다른 내부 배치가 표면에서 똑같이 보일 수 있다. 반면 중력에서 전하 역할을 하는 것은 질량인데, 질량은 언제나 양(+)이다. 음의 질량이 없으므로 표면에서 나타나는 시공간의 휘어짐만으로 내부의 유일한 배치를 항상 역산할 수 있다. 페리미터 이론물리연구소의 로랑 프레이델은 "직관적으로 이것이 홀로그래피가 그럴듯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양자역학의 세부까지 고려하면 이 원리는 더 날카로워진다. 1970년대에 야코브 베켄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의 엔트로피를 계산하면서, 블랙홀이 입자를 삼켜 성장할 때 엔트로피가 예상되던 부피가 아니라 표면적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당혹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1990년대에 스탠퍼드대의 레너드 서스킨드는 이를 발전시켜 블랙홀이 문자 그대로 홀로그램이며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밖에서 관측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어떤 의미에서 내부는 잉여였던 셈이다. 서스킨드 자신도 "조금 미친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가능한 모든 설명 중에서는 가장 덜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 헤라르트 엇호프트와 플로리다대의 찰스 손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다.

서스킨드가 강조하는 논리의 힘은 그 보편성에 있다. 어떤 공간이든 충분한 질량을 넣으면 블랙홀이 될 수 있고, 블랙홀이 홀로그램이라면 우리가 앉아 있는 방 역시 홀로그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모든 물리학자가 이 해석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에든버러대 힉스센터의 레이섬 보일은 베켄슈타인과 호킹의 계산 자체는 인정하지만 '홀로그래피 해석'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표면이 생길 때 두 종류의 엔트로피가 나타난다고 본다. 하나는 내부에 얼마나 많은 입자가 들어갈 수 있는지를 나타내며 실제로 부피에 의존하고, 다른 하나는 표면을 가로지르는 양자 얽힘에서 오는 '얽힘 엔트로피'로 표면적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둘은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덜 신비주의적인' 해석이다.

스노글로브 속 수학, AdS/CFT

홀로그래피에 무게를 실어주는 두 번째, 개념적으로 더 견고한 근거가 바로 AdS/CFT다. 이는 무한한 공간이 유한한 스노글로브 안에 담긴 것처럼 안쪽으로 휘어지는 '반(反)드지터 공간(AdS)'을 상정한다. 이 스노글로브 내부는 전자와 원자로 채워져 있고 물질에 반응해 출렁이며 중력 효과를 낸다. 반면 표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지만 경직되어 있어 반응하지 않는다. 즉 중력이 없고, 확대·축소해도 물리법칙이 변하지 않는 등각장론(CFT)이 지배한다. 1990년대 후반의 이른바 '블록버스터 3부작' 논문은 수학적으로 이 두 세계가 동일함을 보였다. 이 세 편은 디지털 시대 이론물리 논문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만 회의 인용을 기록했다. 블랙홀 논증과 달리 AdS/CFT는 대안적 해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수학적 사실이며, 회의론자인 보일조차 "평범하게 설명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인정한다. 브랜다이스대의 브라이언 스윙글은 중력과 양자역학이 대립하기는커녕 "하나가 다른 하나에서 창발한다"고 말한다. 컬럼비아대의 세바스티안 미제라는 이 놀라움을 체커와 체스가 아니라 "체커와 농구"가 같은 게임으로 드러난 격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우주에도 해당될까

관건은 이 스노글로브의 성질이 우리 현실에 대해 무언가를 말해주는가다. 회의론자들은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든다. 우리 우주는 바깥으로 휘어지는 '드지터 공간'이며, 안으로 되말리지 않으므로 홀로그램을 투영할 경계 표면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열성적인 홀로그래피 지지자들은 스노글로브 깊숙이 사는 개미는 곡률을 감지하지 못해 두 공간을 구별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한 공간에서 참인 것이 다른 공간에서도 대체로 성립하리라는 논리이며, 여기서 개미는 곧 우리 자신이다. 블랙홀은 모든 공간이 홀로그래피적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황 증거를, AdS/CFT는 물리학자들이 가장 잘 이해하는 반드지터 공간이 홀로그래피적임을 사실상 보증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홀로그램 속에 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공간의 홀로그래피적 성질과 '무엇이 실재인가'라는 존재론을 연결짓기를 주저한다. 서스킨드는 "그 질문에는 답하려 하지 않는다. 내 소관 밖"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물리학의 목표를 되새기게 하는 신중한 태도다. 물리학의 일은 실재가 무엇인지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예측을 내놓는 몇 개의 단순한 수학적 개념을 찾아내는 데 있다. 사과의 낙하와 조수, 행성의 궤도를 하나로 묶은 중력처럼, 홀로그래피 역시 그 전통 위에 놓인 또 하나의 개념적 도약이라 할 수 있다. 실무자에게 이 이야기가 곧바로 응용될 여지는 없지만, 정보가 부피가 아니라 경계에 담긴다는 발상은 양자정보와 얽힘을 다루는 사고방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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