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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부른 '물건'에 값을 매기던 중세법, AI 책임론에 던지는 질문

죽음을 부른 '물건'에 값을 매기던 중세법, AI 책임론에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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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9년 영국 노퍽 암스 호텔에서 방직공과 직조공 수백 명이 모인 가운데 바닥이 무너졌다. 군중은 2층 높이에서 지하 저장고까지 떨어졌고 서른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뒤 소집된 배심원단은 바닥을 이루던 부러진 목재의 값을 5실링으로 매겼고, 이 돈은 희생자 유가족에게 나눠 주도록 했다. 당시 기준으로도 보잘것없는 금액이었지만, 그것이 800년 넘게 이어져 온 법의 방식이었다.

이 판단의 근거는 '데오댄드(deodand)'라는 중세 법 개념이었다. 라틴어 '데오 단둠(deo dandum)', 즉 '신에게 바쳐야 할 것'에서 온 말로, 어떤 물건이 성인의 죽음을 직접 초래하면 그 물건은 저주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신에게 몰수된다는 발상이다. 현실에서 신의 대리인은 국왕이었으므로, 물건의 소유주는 그 값을 왕에게 지불해야 했다. 이론상 자선 목적으로 쓰여야 할 이 돈은 실제로는 지역 검시관이 거두어 유가족에게 건네는 경우가 많았다. 처벌과 배상이 뒤섞인, 명확한 가해자가 없는 비극을 처리하는 나름의 장치였던 셈이다.

규칙보다 예외가 많았던 법

데오댄드는 원칙보다 예외로 이해하는 편이 빠르다. 대상은 움직이는 동산(動産)이어야 했다. 생강 통이 굴러 떨어져 사람을 덮치면 데오댄드였지만, 교회 종이 떨어져 사람을 죽여도 종은 건물에 딸린 부동산이므로 해당되지 않았다. '움직임'의 기준도 묘했다.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으면, 정작 움직인 쪽은 사람인데도 사다리가 데오댄드가 됐다.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았다. 술에 취해 사다리 꼭대기에서 춤을 추다 떨어져도 사다리는 몰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물건의 어디까지가 대상인지도 들쭉날쭉했다. 수레에 치이면 바퀴만 값이 매겨지기도 했지만, 어떤 사고에서는 짐과 말까지 포함한 수레 전체가 압류되기도 했다.

이런 편차의 뿌리는 판단이 배심원의 재량에 맡겨졌다는 데 있다. 지역 여론, 소문, 동정과 비난, 복수심 같은 기록에 남지 않는 요소들이 결정을 좌우했을 것이다. 불완전하지만 접근하기 쉬운 정의 실현 수단, 즉 과실 있는 자를 벌하고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인 사람은 봐주며 유가족을 부양하는 방식이었다.

철도가 울린 조종(弔鐘)

데오댄드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철도였다. 기차에 치여 사람이 죽으면 움직이는 물체가 죽음을 초래했다는 사실 자체는 반박하기 어렵다. 문제는 규모였다. 깨진 통값 몇 실링을 무는 지역 상인과, 신형 기관차 한 대의 값을 통째로 물어야 하는 철도 회사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 산업혁명기 배심원들은 데오댄드 값을 훨씬 높게 매기기 시작했다. 산업가들이 특히 부주의하다고 여겼거나, 그 정도 비용은 감당할 만큼 부유하다고 본 것이다. 어떤 경우 배심원들은 산업가가 유가족을 위해 일정한 조치를 마련한다면 데오댄드 문제 자체를 덮겠다고 명시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데오댄드는 1846년 법에서 폐지됐다. 진보로 여겨졌지만, 학자 해리 스미스는 그 즉각적 효과가 주로 철도 회사를 보호하는 쪽이었다고 지적한다. 폐지의 실질적 결과는, 철도 회사에 아무 권리도 주장할 수 없던 철도 사고 피해자의 유족에게서 그나마 있던 최소한의 배상마저 앗아간 것이었다. 보험에 들지 않은 승객, 부주의했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무단 진입자, 그리고 근무 중 목숨을 잃은 철도 노동자의 가족이 그 손실을 떠안았다.

비인간 행위자의 책임을 묻는다면

데오댄드가 오늘의 IT 실무자에게 흥미로운 이유는 '비인간 존재에 대한 책임'을 사고하는 하나의 오래된 틀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학자는 이 개념을 자연의 법적 권리를 논하는 프레임으로 재검토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더 맞닿는 지점은 명확한 가해자가 보이지 않는 사고에서 누구에게, 무엇에 값을 매길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자살이나 살인을 부추긴 AI를 두고 중세의 배심원이라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데오댄드의 실제 역사는 원칙보다 재량과 여론이 결과를 좌우했고, 법이 사라진 뒤엔 배상 책임의 공백이 약자에게 전가됐음을 보여준다. 자율 시스템의 책임 소재를 새로 설계하려는 지금의 논의에도, 이 지저분하고 불완전했던 800년의 실험은 교훈과 경고를 동시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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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daily.jstor.org/how-the-railways-killed-a-mediev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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