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시스템 알림처럼 위장한 광고를 무심코 눌러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한 개발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공유한 사례가 다시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는 유튜브 앱에서 iOS의 '저장공간 가득참(Storage Full)' 경고를 그대로 흉내 낸 광고를 보게 됐고, 마침 자신의 아이폰 저장공간이 부족하던 터라 순간적으로 그 광고를 클릭했다. 실제 시스템 알림이 아니라 사용자의 착각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이른바 '기만적 디자인(deceptive design)' 광고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는 광고를 신고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해당 광고는 구글 정책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번의 실수라고 보기 어려워 다시 신고했지만 동일한 답변이 반복됐다. 게다가 그 혼자만 겪은 일도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같은 광고를 신고했지만 모두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와 행위를 금지하는 구글 정책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정형화된 회신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가지 해석: 수익 유인인가, 검수 한계인가
왜 명백히 시스템 UI를 사칭하는 광고가 계속 노출되는가. 글쓴이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냉소적으로 보자면, 클릭이 많이 발생하는 광고는 그만큼 성과가 좋고 수익을 내기 때문에 광고 플랫폼 입장에서 굳이 걷어낼 유인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사용자를 속이는 디자인일수록 클릭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라, 광고 수익과 사용자 보호 사이에 이해 상충이 존재한다는 지적은 오래된 것이다.
다만 그는 '악의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악의로 돌리지 말라'는 격언을 인용하며, 더 단순한 설명 쪽에 무게를 둔다. 즉 광고 심사 인력이 쏟아지는 광고 물량을 일일이 제대로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사례가 걸러지지 않고 통과한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작 구글의 AI는 몇 초 만에 걸러냈다
이 글의 핵심은 여기서 드러나는 아이러니다. 글쓴이가 문제의 광고를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에게 보여주자, 모델은 곧바로 이를 부적절한 광고로 판정했다. 제미나이는 해당 광고 소재를 즉시 승인 거부하고, '허위 표현(Misrepresentation) - 오해를 유발하는 광고 디자인' 항목으로 광고주 계정에 정책 위반 경고 및 거부 플래그를 발부하라고 권고했다. 나아가 이런 유형의 위반이 반복되면 기만적 관행을 이유로 계정 전체를 정지할 수 있다는 판단까지 내놓았다.
결국 구글이 보유한 자사 모델은 수 초 만에 이 광고를 반려한 반면, 구글의 실제 광고 심사 프로세스는 같은 광고를 두 번이나 승인했고 신고에도 문제없다는 결론을 유지한 셈이다. 우수한 AI 모델을 이미 보유한 회사가 정작 자사의 광고 검수에는 그 역량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글쓴이의 문제 제기다.
실무자에게 남는 함의와 한계
이 사례는 국내 IT 실무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광고 심사처럼 대량의 콘텐츠를 사람이 일일이 검수해야 하는 영역은 자동화된 1차 필터링과 사람의 판단을 결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방향인데, 그 결합이 실제 운영에서는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모델의 판별 성능이 곧바로 제품 파이프라인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둘째, 신고 기반 검수 시스템의 한계다. 여러 사용자가 동일한 신고를 반복해도 정형화된 자동 응답으로 종결되는 구조라면, 신고 채널이 실질적인 교정 기능을 못한다는 방증이 된다.
다만 이 글이 개인의 경험과 단일 사례에 기반한 관찰이라는 점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제미나이의 한 차례 응답이 곧 대규모 심사에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는 보장은 없다. 생성형 모델을 광고 심사에 투입할 경우 오탐으로 정상 광고를 부당하게 반려하는 위험, 처리 비용, 광고주 이의제기 대응 같은 운영 부담이 따르며, 이는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이다. 그럼에도 시스템 알림을 사칭하는 명백한 기만 광고조차 걸러지지 않는 현실은, 기술 보유와 기술 활용 사이의 간극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