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립도서관위원회(NLB)가 2026년 9월 6일 'ReadSG'라는 5년짜리 전국 독서 캠페인을 시작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시민이 하루 독서 시간을 정부 플랫폼에 기록하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가상 코인을 받는다. 하루 15분 이상 독서를 기록하면 20코인이 적립되고, 1,000코인이 1싱가포르달러(S$1)로 환산된다. 즉 하루 한 번의 독서 세션은 약 S$0.02의 가치를 지닌다. 하루에 여러 번 읽어도 인정되는 세션은 하루 한 건뿐이라, 50일을 연속으로 기록해야 겨우 1싱가포르달러가 쌓인다.
금액만 놓고 보면 누구도 이걸 부수입으로 여기지 않는다. NLB 스스로도 이 보상을 '의도적으로 소액'이라고 규정하며, 소득원이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nudge)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적립은 정부 산하 GovTech가 운영하는 CrowdTaskSG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흥미로운 점은 개인 보상 외에 'Read for Good'이라는 공동 트랙이 함께 붙어 있다는 것이다. 전체 참가자의 누적 독서 시간이 750만 분에 도달하면 최대 S$150,000 규모의 기부가 이뤄진다. 개인의 15분이 사회적 성과가 걸린 공동의 숫자에 기여하도록 설계한 셈이다.
넛지인가, 게임화된 마케팅인가
ReadSG의 코인 적립 방식은 낯설지 않다. 피트니스 앱의 '링 채우기'나 멤버십의 포인트 적립처럼, 이미 수년간 사용자를 조건화해 온 게임화(gamification) 문법을 그대로 빌려왔다. 다만 이번에는 그 대상이 상업적 소비가 아니라 '공공적 행동'이라는 점이 다르다. 도서관과 교육기관이 스마트폰 알림 피드와 경쟁할 도구를 찾는 상황에서, 미소액 결제와 게임화를 시민 행동 설계에 적용한 비교적 새로운 실험인 것이다.
비판은 명확하다. 보상이 너무 작아서 원래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50일을 채워야 1달러인 구조에서, 금전적 유인만으로 스크롤 습관을 바꾸긴 힘들다. 반면 지지 측은 행동경제학 연구를 근거로 든다. 참여의 마찰(friction)이 낮게 유지되기만 하면, 사소한 보상이라도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ReadSG의 핵심 메커니즘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매일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의 반복에 있다.
한국 실무자가 주목할 지점
ReadSG는 2016년 시작된 '전국 독서 운동(National Reading Movement)' 등 근 10년에 걸친 문해력 정책 위에 얹혀 있다. 다만 이번에는 게임화된 적립 방식과 '파일럿 단계'라는 점이 새롭다. NLB는 여전히 시범 운영 중이며 사용자 피드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다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5년이라는 긴 운영 기간 자체가, 이 시도를 완성된 정책이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는 실험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품·서비스 기획자 입장에서 이 캠페인이 던지는 질문은 보상 금액이 아니라 데이터다. ReadSG가 강력한 참여 데이터를 만들어낸다면, 그 자체가 다른 도시들이 참고할 사례 연구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을 화면에서 실제로 떼어놓는 요인이 무엇인지, 어떤 조건에서 습관이 형성되고 이탈이 발생하는지를 인구 단위로 관측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수집하는 이 행동 데이터는 보상 설계 자체보다 더 오래 남는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 실험의 성패는 보상 구조의 정교함이 아니라 단순한 한 가지에 달려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일 책을 펼치고, 그것을 기록하는 일을 잊지 않느냐다. 20개의 가상 코인이 스크롤과 경쟁할 만한 답이 될지는, 캠페인의 첫 참여 데이터가 쌓이는 몇 달 안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게임화와 미소액 결제를 공공 영역에 끌어들인 이 시도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2026년의 정부가 독서를 '스크롤과 겨루는 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로 하나의 기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