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학을 공부해 1,000일을 채운 한 개발자의 회고가 화제다. 글쓴이는 Math Academy라는 온라인 수학 학습 시스템으로 가장 낮은 단계인 MF1(Math Foundations 1)에서 출발해 MF3까지 나아갔고, MF3 중반쯤에 M4ML(Mathematics for Machine Learning) 과정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XP 목표를 공격적으로 잡았지만, 목표가 바뀌면서 하루 20분 미만이라는 저강도 루틴으로 정착했다. 이 기록이 흥미로운 이유는 성취담이 아니라, 학습 시스템을 제대로 쓰지 못해 스스로 무너뜨린 과정을 솔직하게 복기하기 때문이다.
편법이 만든 학습 부채
문제의 핵심은 '정답을 미리 확인하는 습관'이었다. 레슨 막바지에 시간이 부족하면, 틀려서 시간이 늘어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제출 전에 답을 슬쩍 확인했다. 본인은 여전히 풀이를 하고 있으니 문제없다고 여겼지만, 결과적으로 시스템은 그가 어디서 약한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삼각함수 단원에서 비율이나 공식을 외우는 대신 노트를 흘깃 보는 것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 약점이 드러나지 않고 덮이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학습 부채'가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쌓였다.
이 대목은 실무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Math Academy가 아무리 잘 설계된 학습 시스템이라도, 부하가 걸리는 핵심 단계를 우회하면 선수 지식이 실제로 쌓이지 않는다. 글쓴이는 결국 자신에게 구멍이 있었고 그것이 온전히 자기 탓이었음을 인정하며, 얼마 전 진도를 초기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흥미롭게도 이 리셋은 그동안의 성장을 역설적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두 번째로 같은 내용을 지날 때 예전에는 몰랐던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개념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었으며, 퀴즈 점수도 더 높고 공부 자체가 즐거워졌다고 한다.
도구를 우회하면 실력은 쌓이지 않는다
피드백 루프를 스스로 끊는 실수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데이터 작업에도 그대로 대응된다. 테스트를 형식적으로 통과시키거나, 실패하는 케이스를 조용히 건너뛰거나, 이해 없이 스니펫을 복사해 넘어가는 관행은 당장의 시간을 아껴주지만 시스템이 약점을 포착할 기회를 없앤다. 학습이든 코드베이스든, 진짜 신호를 수집하도록 설계된 지점을 편의를 위해 건너뛰는 순간 측정은 무의미해지고 부채는 조용히 누적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아끼려 한 선택이 오히려 더 큰 비용으로 돌아왔다는 점이 이 회고의 실무적 교훈이다.
매일 어려운 것을 하는 습관의 값
1,000일이 지난 지금도 할 가치가 있느냐는 물음에 글쓴이는 분명히 그렇다고 답한다. 그는 수학이 특히 투자와 재무 의사결정에서 판단력을 깊게 개선했다고 느끼며, 시작 이후 투자 성과가 매우 좋아 30대 후반에 경제적 자립을 이뤘다고 말한다. 다만 이것이 인과인지 우연인지는 본인도 단정하지 않는다. 그는 더 나아가 매일 지적으로 어려운 일을 해내는 규율 자체가 별도의 이득을 준다고 본다. 인생의 많은 일이 결국 자기 심리를 관리하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AI의 발전과 맞물려 야심도 커졌다. 그는 React Native와 Swift로 여러 모바일 앱을 만들었고, 항공기를 정비하는 친구를 위해 Meta 웨어러블 SDK 기반으로 스마트 글래스의 음성·사진·영상으로 정보를 핸즈프리 조회하는 도구를 만들었다고 밝힌다. 이런 자신감이 과신일 수 있음을 스스로도 인정하지만, 매일의 수학으로 벼려진 사고 도구를 AI와 결합하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표현한다. 다만 이는 검증된 성과라기보다 본인의 주관적 확신에 가깝다는 점은 감안해 읽을 필요가 있다.
목표는 진화하고, 방식은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자녀들에게 미친 영향도 그가 꼽는 핵심 소득이다. 아이들은 걸음마 시절부터 매일 수학하는 부모를 보며 문제 풀이에 빠졌고, 실패해도 괜찮으며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했다. 정작 그의 원래 목표였던 'AI 입문'과 M4ML 완주는 뒤로 밀렸다. 연구보다 응용에 맞는 제품 담당자라는 자기 인식, 그리고 대량의 XP를 쌓는 일이 가족·프로젝트와 너무 많은 맞바꿈을 요구했다는 현실 때문이다. 그럼에도 M4ML과 이후 ML 과정 완주는 여전히 목록에 남아 있다.
대부분의 학습자가 시험 대비나 진로 전환 같은 구체적 목표를 좇는 것과 달리, 그는 매일의 진전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만들었다. 거의 매일 식당에 나가 점심을 먹으며 수학을 푸는 시간이 그에게는 휴식이자 보상이 되었고, 덜 생산적인 습관을 대체했다. 이것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아님을 그도 분명히 안다. 최근에는 학습을 보완할 오프라인 드릴 연습용 무료 앱 'Mathy'를 iOS와 웹으로 만들어, 자동화하고 싶은 주제를 짬짬이 반복 연습하는 데 쓰고 있다고 덧붙인다. 결국 이 회고가 남기는 것은 특정 도구의 효능이라기보다, 피드백을 정직하게 받는 학습이 오래갈수록 복리로 돌아온다는 오래된 원칙의 재확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