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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왜 찌는가: '칼로리와 의지력' 서사를 흔드는 비만의 수수께끼

살은 왜 찌는가: '칼로리와 의지력' 서사를 흔드는 비만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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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연구는 사실상 수수께끼의 집합이다. 2021년 공개된 장문의 분석 'A Chemical Hunger'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비만의 원인들을 하나씩 반박하며, 정작 무엇이 변했는지 아무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100년 전 미국 성인 남성의 평균 체중은 약 155파운드였지만 오늘날은 약 195파운드다. 당시 비만 인구는 전체의 약 1%였는데 지금은 약 36%에 이른다. 단순히 조금 더 무거워진 것이 아니라, 체중 분포라는 그림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흥미로운 자료는 1890년대 기록이다. 당시 연방정부는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북군 노병 수천 명을 군의관단에게 검진하게 했다. 이들은 이미 40대 이상이었는데, 평균 BMI는 약 23에 불과했고 비만 비율은 3% 정도였다. 반면 2000년의 중년 백인 남성은 평균 BMI 약 28, 40대 초반 비만율 24%, 60대에는 41%까지 올라간다. 참고로 BMI 25는 과체중, 30 이상이 비만이다. 체지방률이 더 정확한 지표라는 점은 분석도 인정하지만, 거의 모든 통계가 BMI만 보고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자료를 비교하려면 BMI를 쓸 수밖에 없다.

흔한 설명들이 맞지 않는다

식단이 나빠졌다는 통념부터 어긋난다. 1800년대 사람들은 빵을 더 많이 먹었고 버터는 지금의 약 네 배, 크림·우유·라드도 더 많이 소비했다. 상식대로라면 더 뚱뚱해야 할 식단인데도 그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날씬함을 유지했다. 프랑스인이 치즈와 버터를 즐기면서도 덜 비만한 '프렌치 패러독스'와 같은 맥락이다. 운동량 차이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1900년에도 편한 사무직은 있었고, 그들 역시 비만이 아니었다.

변화의 급격함도 주목할 지점이다. 1890년부터 1976년까지 평균 BMI는 23에서 26으로 완만히 올랐고 비만율은 3%에서 10%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1980년 무렵 선진국 대부분에서 비만율이 갑자기 치솟기 시작한다. 1975년에는 비만율이 15%를 넘는 나라가 하나도 없었지만, 오늘날 이탈리아·프랑스·스웨덴은 약 20%다. 1980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가 핵심 질문인데, 고열량 가공식품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코카콜라는 1886년, 오레오는 1912년, 트윙키는 1930년, 도리토스는 1966년에 이미 나와 있었다.

나이와 체중의 관계도 뒤집혔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수록 대체로 약간 날씬해졌다. 앞의 노병들은 40대 BMI 23.2에서 60대 22.9로 떨어졌고, 1976~1980년 자료도 같은 패턴을 보인다. 중년에 살이 찐다는 오늘날의 상식은 1980년대에야 나타난 현상이다. 게다가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미국의 비만 증가폭은 2010~2018년이 2000~2008년의 두 배가 넘었고, 랜싯의 지적대로 담배나 감염병과 달리 공중보건 정책으로 비만을 되돌린 '모범 사례' 집단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수렵채집 사회와 실험동물이 던지는 힌트

'다양한 식단'이나 '균형 잡힌 식단'이 답이라는 가정도 근거가 약하다. 탄자니아의 쿵산족은 열량의 약 40%를 몽공고 열매 한 가지에서, 또 40%를 고기에서 얻는데 평균 약 110파운드로 매우 날씬하고 심혈관 건강도 뛰어나다. 하드자족은 꿀에서 15%의 열량을 얻어 미국인과 비슷한 수준의 당을 섭취하지만 비만이 없다. 파나마의 쿠나족은 탄수화물 65%, 당 17%로 미국인보다 당을 더 먹고도 BMI 22~23을 유지한다. 반대로 이누이트는 바다표범 지방으로 열량의 약 50%를 채우고, 마사이족은 우유·피·고기 위주로 하루 3000kcal의 66%를 지방으로 먹지만 역시 날씬하다. 1990년 스타판 린데베리가 조사한 멜라네시아 키타바 섬 사람들은 열량의 70%를 뿌리채소에서 얻고 먹고 싶은 만큼 먹었는데도 비만이 없었고, 나이가 들수록 BMI가 낮아졌으며 당뇨·심근경색·뇌졸중을 겪지 않았다. 고지방, 고당분, 고탄수 어느 쪽도 단독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더 당혹스러운 단서는 사람만 뚱뚱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실험실 영장류와 설치류, 도시의 야생 쥐, 반려견과 반려묘, 심지어 말까지 꾸준히 살이 찌고 있다. 식단이 철저히 통제된 실험동물조차 같은 사료를 먹으면서 더 무거워진다는 사실은 '먹는 것의 내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뚜렷한 현상은 있다. 쥐에게 고지방 사료를 주면 적당히 먹고 멈추지만, 프루트룹스·살라미·도리토스·웨딩케이크 같은 사람 음식을 모아 준 '카페테리아 식단'에서는 폭발적으로 체중이 는다. 두 식단의 지방 비율(약 45%)은 비슷한데도 그렇다. 신경과학자 스테판 귀네가 '헝그리 브레인'에서 "맛 좋은 사람 음식은 정상 쥐를 과식시켜 비만으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그 효과는 지방이나 당 함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쓴 이유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에게 남는 교훈

이 분석이 비만의 진짜 원인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1980년 전후의 급변, 동물에게까지 번진 현상, 영양소 조성이 비슷한 두 식단의 상반된 결과는 모두 '열린 질문'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데이터로 일하는 실무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널리 받아들여진 인과 서사(지방 탓, 설탕 탓, 의지력 탓)가 역사적·비교문화적 데이터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단일 변수로 깔끔하게 설명되는 현상일수록, 오히려 교란 요인과 반례를 먼저 찾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비만이라는 사례가 잘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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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slimemoldtimemold.com/2021/07/07/a-chemical-hung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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