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으로 돌아가기
TECH HACKER NEWS 7분 읽기 26 READS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경계가 무너질 때: 5년간의 살인 사건 추적기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경계가 무너질 때: 5년간의 살인 사건 추적기
SOURCE IMAGE · HACKER NEWS

기자가 취재 대상과 가까워지는 일은 저널리즘에서 오래된 딜레마다. 영국 작가 에드워드 에이블 스미스가 Longreads에 기고한 긴 에세이는 이 문제를 극단적인 사례로 끌고 간다. 그는 아내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남성 로빈 가벗을 5년간 취재했고, 어느 순간부터 그 관계가 취재와 우정 사이에서 흐릿해졌다고 고백한다. 이 글은 선정적인 범죄 실화가 아니라, 진실을 판단해야 하는 사람이 대상과 감정적으로 얽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에 가깝다.

우연히 시작된 취재

시작은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2021년 저자는 이언 플레밍 전기의 후속작을 위해 영국 국립기록보관소에서 2차 세계대전 해군 정보 기록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분류 오류와 지루함이 겹치면서 엉뚱하게 최근 형사 사건 파일을 들여다보게 됐고, 그중 한 사건이 눈에 들어왔다. 노스요크셔의 작은 마을 멜슨비에서 우체국을 운영하던 다이애나 가벗이 2010년 침대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었다. 남편 로빈은 무장 강도가 들었고 그들이 떠난 뒤 2층에서 숨진 아내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지만, 마을 사람 누구도 강도의 흔적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최초 출동한 구급대원은 시신에 사후경직이 진행된 것을 확인했는데, 이는 로빈이 말한 강도 시점보다 몇 시간 전에 이미 사망했음을 의미했다.

저자가 처음 접한 유일한 문서는 판사의 최종 정리였고, 그 내용은 로빈에게 치명적이었다. 판사는 배심원단에게 로빈을 살인자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고, 배심원 12명 중 10명이 유죄로 판단해 다수결로 유죄가 확정됐다. 기록을 읽어 내려가던 저자는 그 남편에게 경멸밖에 느끼지 못했다고 쓴다. 이 지점에서 글은 독자가 흔히 갖게 되는 선입견을 그대로 따라간다.

균열을 만든 세부들

그런데 사건을 온라인에서 찾아본 저자는 뜻밖의 것을 발견한다. 로빈을 위한 전용 웹사이트였다. 가족이 만든 그 사이트는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었고, 지지자 명단에는 가족과 어린 시절 친구뿐 아니라 800명도 안 되는 멜슨비 마을 주민 상당수가 올라 있었다. 수감자가 무죄를 주장하는 일은 흔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지역 공동체가 한 사람을 지지하는 것은 저자에게 의문을 남겼다. 그는 사이트 연락처를 통해 로빈의 지인 제인 메트캐프와 닿았고, eMates라는 서신 시스템으로 로빈과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여섯 달에 걸친 서신 교환 동안 로빈은 경찰 보고서, 재판 기록, 증인 진술을 우편으로 보내왔다. 저자는 자신만의 자료 보관소를 쌓아가면서도 끝내 풀리지 않는 질문 하나를 품게 된다. 주변 사람들이 그토록 온화하다고 묘사하는 사람이, 어떻게 자는 아내를 쇠파이프로 때려 숨지게 할 수 있었을까. 그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가장 두려웠다고 저자는 적는다. 직접 만난 로빈은 예상과 달랐다. 키가 크고 차분했으며, 법정에 들어서던 수척한 모습 대신 10년 넘는 수감 생활 속에서 오히려 안정돼 보였다. 로빈은 책을 쓴다면 무엇이든 물어도 된다며, 자신은 사실만 말할 뿐 어느 쪽으로도 설득하지 않겠다고 했다. 저자는 곧바로 그가 좋아졌지만, 동시에 '이것이야말로 유죄인 사람이 보이고 싶어 하는 모습 아닐까'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했다.

재심 제도라는 또 다른 벽

첫 면회 이후 로빈은 매주 점심시간, 수감자들이 감방에 갇히는 조용한 시간에 전화를 걸어왔다. 놓치면 한 시간 뒤에야 다시 걸 수 있고 저자가 먼저 걸 방법은 없었기에, 그는 회의실을 빠져나오거나 창고로 숨어들며 전화를 받았다. 대화는 늘 안부로 시작됐는데, 저자는 자신의 주말 여행이나 갓 태어난 딸 이야기를 축소하며 말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감방에서 주말을 보낸 상대 앞에서 그 거리를 메울 자연스러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글이 단순한 범죄 서사를 넘어서는 지점은 영국의 형사사건재심위원회(CCRC)를 다루는 대목이다. CCRC는 오심 주장을 심사해 어떤 사건을 항소법원으로 보낼지 가려내는 독립 기구인데, 로빈은 이 과정을 '두더지 잡기'에 비유한다. 검찰 주장의 한 축을 반박하면 위원회가 또 다른 지점을 꺼내 신청을 기각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제시한 살해 동기는 금전이었다. 로빈이 우체국 돈을 빼돌리다 아내에게 발각되자 살해하고 강도극을 꾸몄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2015년 신청 당시 로빈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6년치 우체국 기록이 검찰이 횡령의 근거로 삼은 지출 패턴이 사실은 해당 지점에서 내내 정상적이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CCRC는 이를 중요한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신청은 기각했다.

저자 자신의 재무 조사도 그림을 단순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가벗 부부는 사업장 건물에 살았기에 개인 지출과 사업 지출을 깔끔히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대체로 빠듯하게 살았지만 예외도 있었다. 5,000파운드가 넘는 주말 여행, 미국 휴가,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티켓 같은 것들이다. 명쾌한 결론 대신 모호함만 쌓이는 이 과정은, 왜 저자가 5년이 지나도록 사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를 설명한다.

실무적으로 이 에세이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취재원과의 지속적이고 사적인 접촉은 더 깊은 자료와 신뢰를 주지만, 동시에 판단의 독립성을 갉아먹는다. 저자가 'The Times 이주의 책'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교도소 안의 로빈에게서 축하 음성메시지로 전해 들었을 때 느낀 '묘한 이질감'은, 바로 그 경계가 이미 넘어가 버렸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글은 로빈이 유죄인지 무죄인지 끝내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진실을 가려야 할 사람이 대상에게 호감을 품게 됐을 때, 그 호감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불편한 자각을 독자에게 남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longreads.com/2026/11/03/murder-friendship-doubt/
SHARE
NEXT · CHOOSE

변화를 읽었다면,
내가 만들 수익 구조를 고릅니다.

정보를 더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광고·외주·판매·중개·구독 중 내 상황에 맞는 출발점을 정해보세요.

21가지 수익 구조 살펴보기 →
처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