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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글은 왜 더 느리게 읽힐까: 스타일과 정밀함의 상실

AI가 쓴 글은 왜 더 느리게 읽힐까: 스타일과 정밀함의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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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로 문서를 작성하는 일이 업무 현장에서 빠르게 일상화되고 있다. 보고서 초안, 이메일, 기획 문서까지 AI에 맡기면 작성자의 시간이 절약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개발자이자 저술가인 블쿠노프는 자신의 글 'On AI writing'에서 이 효율에 가려진 비용을 짚는다. 그는 전체 단어의 절반 이상을 AI가 생성한 글을 'AI 글쓰기'로 정의하고, 그런 글이 스타일과 정밀함, 맥락이라는 세 가지를 체계적으로 잃어버린다고 주장한다. 생산자의 절약이 소비자 쪽에서 더 큰 손실로 전가될 수 있다는 그의 지적은, AI 도입을 효율의 문제로만 바라보던 실무자에게 다른 각도의 질문을 던진다.

문체가 사라지면 맥락도 사라진다

저자의 출발점은 학부 졸업 논문 경험이다. 그는 짧은 문단만으로 글쓴이가 누구인지 판별하는 연구를 했는데, 단순히 단어 사용 통계를 다른 저자들의 글과 비교하는 방식만으로도 꽤 잘 작동했다고 말한다. 독자는 단어 빈도뿐 아니라 문장 구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같은 패턴까지 감지하기 때문에 문체를 느끼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는 것이다.

문제는 AI가 바로 이 문체를 평균값으로 수렴시킨다는 데 있다. 여러 프롬프트 기교를 동원해도 글 뒤에 선 저자의 모습을 포착하기 어렵다. 저자는 문체가 사라지면 공감도 어려워진다고 본다. 글쓴이를 개인적으로 아는 경우, 그 글이 그 사람답지 않다는 것을 알면 오히려 저자의 관점으로 글을 읽기가 힘들어진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라도, AI가 쓰지 않은 글은 그 사람과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준다. 역설적이게도 AI를 거치면 바로 이 맥락이 흩어진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정밀함이 깎여 나가는 두 경로

저자는 AI 글쓰기가 정밀함을 잃는 과정을 두 갈래로 설명한다. 첫째, 아무리 상세한 프롬프트를 주어도 AI는 글을 엮어내기 위해 중간중간 가정을 세워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을 대신해 글을 쓸 때와 같은 상황으로, 논리적 오류를 피하려다 보니 더 모호하고 덜 정확한 표현을 고르게 된다. 더 까다로운 것은 작성자가 이 모호함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머릿속에는 명확한 의도가 있으므로, 애매한 단어에도 작성자 본인은 정확한 의미를 자동으로 부여해 읽어버리기 때문이다.

둘째 경로는 자기 생각을 검증하는 노력이 줄어드는 것이다. 무언가를 직접 글로 옮기는 행위는 머릿속에서만 굴릴 때는 놓치기 쉬운 판단의 모순과 빈틈을 드러내 준다. AI에 작성을 맡기면 곧장 결과물로 건너뛰기 때문에 이 자기 점검의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글쓰기가 사고의 도구이기도 하다는 오래된 통찰이, AI 시대에 새로운 비용으로 되돌아오는 셈이다.

절약한 시간은 어디로 가는가

스타일과 정밀함의 상실은 결국 읽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 독자는 모호한 단어를 읽으면서 더 분명한 표현으로 바꿔 이해해야 하는데, 문체가 사라진 탓에 그 작업에 쓸 맥락 정보도 부족하다. 저자는 길이가 같아도 AI가 생성한 글을 읽을 때 자신이 최소 3분의 1은 더 느리다고 말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모델은 극도로 장황해서 총 독서 시간은 훨씬 더 늘어난다.

여기서 핵심은 비용의 비대칭이다. 작성자가 아낀 시간이 독자 쪽에서 증발하는 데는 많은 독자가 필요하지도 않다. 한 사람이 쓴 글을 여러 사람이 읽는 조직에서는 전체 시간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이 2차 효과를 계산에 넣기도 전의 이야기라고 덧붙인다. 더 많은 질문, 협업 문서라면 더 많은 수정 반복, 그리고 독자와 작성자 사이 신뢰의 저하가 뒤따른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한 저술가의 개인적 관찰이자 주장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3분의 1 느리다'는 체감은 측정값이 아니라 저자 본인의 감각이며, 모든 업무 문서가 저자의 개성이나 정밀한 논증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정형화된 공지나 반복적인 양식처럼 오히려 평균화된 표현이 적합한 글도 많다. 그럼에도 이 논의가 실무자에게 주는 함의는 분명하다. AI 도입의 효과를 작성자 한 명의 시간으로만 측정하면 조직 전체의 비용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읽는 사람이 많은 글, 정확한 판단과 신뢰가 중요한 글일수록, 생산성 지표를 작성자 너머 독자 쪽까지 확장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bolkunov.com/p/on-ai-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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