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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반을 들인 아스날 전용 서체 '로카슬', 브랜드 시스템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4년 반을 들인 아스날 전용 서체 '로카슬', 브랜드 시스템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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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클럽의 디자인은 유독 까다로운 조건을 안고 있다. 화면, 유니폼, 경기장 벽면처럼 적용 매체의 폭이 넓은 데다, 수백만 명의 서포터가 보고 자신과 동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데이비드 루드닉이 아스날을 위해 만든 전용 서체 '로카슬(Rocastle)'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손으로 그린 세 가지 굵기의 블랙레터(고딕체) 계열 서체로, 4년 넘게 개발이 이어졌다. 이 서체는 2026년 10월 9일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공개 대담과 10~11일 전시 '아스날 바이 디자인'을 통해 공개됐다.

하나의 목소리, 여러 개의 톤

로카슬은 단독 프로젝트가 아니라 더 큰 브랜드 재정비의 마지막 조각이다. 아스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이끄는 조니 캠벨에 따르면, 클럽은 2021~22년 서포터를 정체성의 중심에 두는 방향으로 브랜드 전략을 갱신하면서, 전 세계 팬 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이 90분 경기를 훨씬 넘어선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 결과 활동 영역을 '팀(경기 90분)', '커뮤니티(경기 밖 지역·글로벌 연결)', '컬처(패션·예술·음악과의 교차점)'라는 세 축으로 정리했다.

핵심 판단은 '하나의 아스날 목소리, 그러나 서로 다른 톤'이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골을 자축하는 순간과 상업 파트너십이나 패션 협업을 이야기하는 순간은 말투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팀 영역에는 노스뱅크, 커뮤니티 영역에는 채프먼, 그리고 문화적 맥락에 등장하는 최상위 자리에는 로카슬을 배치했다. 세 서체는 사실상 함께 시작됐고, 전체 작업은 4년 반에 걸쳐 진행됐다.

이름이 먼저였다

서체 이름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 아스날에서 뛴 전설적 선수 데이비드 로카슬에서 따왔다. 15세에 입단해 277경기를 소화했고, 성실·겸손·충성의 상징으로 사랑받은 그는 '로키'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2001년 33세의 나이에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지금도 경기장에서는 그의 이름이 불린다. 루드닉은 서체를 설계할 때 이름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castle'이라는 음절이 주는 중세적 울림과, 모든 팬에게 여전히 현재형으로 남아 있는 로키의 존재가 '영원하면서도 늘 새로운' 서체라는 모순적 목표와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제작 과정 자체는 그의 표현대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아스날 워드마크에는 블랙레터 글자가 있었지만 서체로 완성된 형태는 아니었다. 루드닉은 블랙레터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지 방대하게 조사한 끝에, 결국 로카슬의 거의 모든 글자를 이 시스템만을 위한 고유 형태로 그렸다. 알파벳 'G' 하나를 두고 2,000번가량 수정했다는 일화가 그 밀도를 보여준다. 연구의 상당 부분은 서포터들이 수십 년간 모아온 기념품, 고딕풍 엠블럼, 종이 시즌권과 프로그램 같은 아카이브에서 나왔다. 미래지향적 서체의 토대를 과거의 자료에서 끌어낸 셈이다.

실무자가 눈여겨볼 지점

이 사례가 한국의 디자인·브랜드 실무자에게 던지는 함의는 분명하다. 첫째, 브랜드 보이스를 단일 서체가 아니라 맥락별 톤의 시스템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적용 영역을 세 축으로 나누고 각각에 대응하는 서체를 둔 구조는, 채널이 파편화된 환경에서 일관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둘째, 완성도를 담보하는 조건으로 '시간'과 '준비될 때까지 공개하지 않을 자유'가 확보됐다는 점이다. 루드닉 스스로 6개월짜리 에이전시 브리프와 선을 긋는다. 셋째, 사용자(서포터)가 축적한 1차 자료를 리서치의 중심에 둔 점은, 외부에서 참신함을 수입하기보다 내부 자산에서 정체성을 재발견하는 접근의 가치를 환기한다.

다만 한계도 짚을 필요가 있다. 로카슬은 평생 팬이자 클럽과 여러 차례 협업한 디자이너, 그리고 수년간의 반복 수정을 감내한 클럽이라는 조건이 맞물려 성립한 사례다. 4년 반 동안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험을 수용할 조직은 많지 않으며, 루드닉 본인도 다시는 이런 과정을 밟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공개된 내용은 제작 배경과 철학에 집중돼 있을 뿐, 실제 서체가 다양한 매체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팬 반응이 어떠한지에 대한 구체적 지표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브랜드 서체를 장기 자산으로 보는 관점은 유효하되, 그 투자 규모와 호흡을 자신의 조직 현실에 어떻게 번역할지는 별개의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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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itsnicethat.com/features/david-rudnick-johnni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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