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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층짜리 회로기판? OKI의 초고다층 PCB로 본 AI 반도체 검사의 숨은 병목

124층짜리 회로기판? OKI의 초고다층 PCB로 본 AI 반도체 검사의 숨은 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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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층짜리 회로기판? OKI의 초고다층 PCB로 본 AI 반도체 검사의 숨은 병목

회로기판을 124층이나 쌓는다고요?

일본 전자기업 OKI가 124층 PCB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어요. 숫자만 들으면 감이 잘 안 오실 테니까 PCB가 뭔지부터 짚고 갈게요.

PCB(Printed Circuit Board, 인쇄회로기판)는 전자제품을 열면 보이는 초록색 판이에요. 칩, 저항, 커넥터 같은 부품이 이 판 위에 올라가고, 판에 새겨진 얇은 구리 선으로 신호와 전기를 주고받아요. 쉽게 말하면 부품들을 잇는 도로망이에요.

부품이 많아지고 연결할 선이 늘어나면 판 한 장만으로는 도로가 모자라요. 그래서 얇은 기판을 여러 장 겹쳐 쌓고, 층과 층 사이를 비아(via)라는 작은 구멍으로 연결해요. 도시가 복잡해지면 고가도로와 지하차도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스마트폰 메인보드가 대략 10층 안팎이고 일반 서버 메인보드도 보통 수십 층을 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124층이 얼마나 극단적인 숫자인지 감이 오실 거예요.

왜 이렇게까지 쌓아야 할까: 반도체 검사 장비

이런 초고다층 기판이 필요한 곳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반도체 검사 장비예요. 반도체는 웨이퍼(둥근 실리콘 원판) 한 장 위에 칩 수백~수천 개를 한꺼번에 만들어요. 그리고 잘라서 포장하기 전에 칩 하나하나가 제대로 동작하는지 전기적으로 검사해요. 이때 웨이퍼 위 칩들의 미세한 단자에 바늘을 대는 부품이 프로브 카드이고, 그 신호를 검사 장비까지 실어 나르는 게 이런 고다층 기판이에요.

검사를 빨리 하려면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칩을 동시에 검사해야 하는데요, 동시에 검사하는 칩이 늘어날수록 끌어내야 할 신호선과 전원선도 함께 늘어나요. 정해진 면적에 그 많은 선을 다 지나가게 하려면 결국 층을 쌓는 수밖에 없어요.

요즘 이 수요를 끌어올리는 대표 주자가 HBM(고대역폭 메모리)이에요. HBM은 D램 칩을 여러 층 수직으로 쌓아서 AI 가속기 바로 옆에 붙이는 메모리인데, 쌓인 칩 중 하나만 불량이어도 묶음 전체를 버려야 해요. 그래서 쌓기 전에 칩마다 멀쩡한지 확실히 확인하는 검사가 일반 메모리보다 훨씬 중요하고 까다로워요.

층을 쌓는 게 왜 어려울까

그냥 많이 겹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실제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요.

첫째는 정렬 정밀도예요. 투명 필름 124장에 각각 그림을 그려서 겹쳤을 때 모든 선이 정확히 이어져야 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층마다 아주 조금씩만 어긋나도 쌓을수록 오차가 쌓여요.

둘째는 비아 가공이에요. 기판이 두꺼워질수록 위아래를 관통하는 구멍은 좁고 깊어지는데, 이 구멍 안쪽 벽을 구리로 고르게 도금하기가 점점 어려워져요. 가늘고 긴 빨대 안쪽에 페인트를 고르게 칠한다고 생각하면 쉬워요.

셋째는 열과 휨이에요. 여러 재료를 겹쳐서 열과 압력으로 붙이는데, 재료마다 늘어나고 줄어드는 정도가 달라서 기판이 휘거나 내부에 응력이 생길 수 있어요. 검사 장비는 높은 온도에서 테스트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 문제에 더 민감해요.

OKI 발표의 의미는 이런 문제들을 공정 기술로 풀면서 층수를 늘렸다는 데 있어요. 층수 자체보다, 그 층수를 장비에 실제로 쓸 수 있는 품질과 두께로 만들어냈다는 게 핵심이에요.

업계 맥락과 한국과의 연결고리

AI 붐을 이야기할 때는 보통 GPU나 HBM 같은 주인공에 눈이 가요. 하지만 그 뒤에서는 기판, 검사 장비, 패키징처럼 금광 시대의 '곡괭이와 삽'에 해당하는 산업도 함께 커지고 있어요. 기판만 봐도 AI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용 고다층 기판 수요가 크게 늘었고, 국내에서도 이수페타시스처럼 고다층 기판으로 주목받는 기업들이 있어요.

한국은 HBM 시장의 중심에 있어서 이 소식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HBM을 더 많이 만들려면 검사 역량도 같이 늘어야 하고, 그 검사 장비의 핵심 부품 기술을 누가 갖고 있느냐는 공급망 측면에서도 중요한 질문이에요.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PCB가 나랑 무슨 상관인가 싶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쓰는 클라우드 GPU의 가격과 공급량은 결국 이런 하드웨어 공정의 병목에 따라 정해져요. AI 인프라 비용이 왜 쉽게 내려가지 않는지 이해하려면 이런 흐름을 알아두는 게 도움이 돼요.

임베디드나 하드웨어 개발자라면 더 직접적으로 와닿을 거예요. KiCad 같은 도구로 2층이나 4층 기판만 설계해봐도 배선이 얼마나 빨리 꽉 차는지 느끼셨을 텐데, 124층은 그 고민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예요. 신호 무결성이나 임피던스 같은 개념에 관심이 있다면 고다층 기판 설계 자료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거예요.

마무리

AI 칩 성능 경쟁 뒤에서는 그 칩을 검사하는 124층짜리 기판 같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술 경쟁도 함께 벌어지고 있어요.

여러분은 AI 하드웨어 공급망에서 다음 병목이 어디서 생길 거라고 보세요? 하드웨어나 반도체 업계에 계신 분들의 현장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oki.com/global/press/2025/z25006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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