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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조차 없는 문어, 더 큰 태평양 줄무늬문어의 특별한 사회생활

이름조차 없는 문어, 더 큰 태평양 줄무늬문어의 특별한 사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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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는 흔히 고독한 포식자로 그려진다. 대부분의 종이 홀로 살고, 서로를 잡아먹으며, 짝짓기조차 목숨을 건 조심스러운 행위로 치른다. 그런데 이 통념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종이 있다. '더 큰 태평양 줄무늬문어(Larger Pacific striped octopus, LPSO)', 별칭 할리퀸 문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종이 1970년대에 처음 관찰 기록으로 등장했음에도 아직 학술적으로 정식 기재(記載)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공식 학명이 없다는 사실이다. 과학의 관찰 대상이 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이름 없는 종'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40마리가 모여 사는 문어 군락

LPSO가 학계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사회성이다. 단독 생활이 기본인 다른 문어와 달리, 이 종은 최대 40마리에 이르는 무리를 이루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들은 서로 1미터 이내 거리에 굴(den)을 짓고, 평생 같은 지역에 머물며 군락을 유지한다. 서식지는 동태평양의 열대 해역으로, 파나마만을 비롯해 과테말라, 니카라과, 멕시코 바하수르의 막달레나만, 콜롬비아 북부 태평양 연안 등지에서 개체가 확인됐다. 진흙이 많은 부드러운 바닥이나 진흙과 모래가 섞인 지형을 선호하며, 수심 7미터에서 100미터 범위에 굴을 튼다.

체색 패턴도 이 종을 규정하는 특징이다. LPSO는 크게 세 가지 색 패턴을 보이는데, 완전히 창백한 색, 완전히 짙은 갈색, 그리고 '줄무늬-띠-반점(stripe-bar-spot)'이라 불리는 무늬다. 이 무늬는 머리와 외투막에는 갈색과 흰색 줄이 번갈아 나타나고, 팔과 그 주변에는 짙은 갈색 바탕에 흰 점이 흩어진 형태다. 무늬가 개체마다 조금씩 달라 사실상 고유 식별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비슷한 무늬를 가진 다른 문어 종이 여럿 있지만, LPSO가 드러내는 패턴 조합은 이 종만의 것으로 여겨진다.

부리를 맞대는 짝짓기와 짝 결속

번식 행동은 이 종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대목이다. 대부분의 문어는 수컷이 안전한 거리에서 생식용 팔(교접완)을 암컷의 외투막에 넣는 '거리 두기 짝짓기'를 하거나 올라타는 자세를 취한다. 암컷의 공격성을 감안한 방어적 방식이다. 반면 LPSO는 훨씬 친밀하게 접근한다. 짝짓기 준비가 된 포란 암컷은 완전히 창백한 색을 띠고, 수컷은 대비가 강한 줄무늬-띠-반점 무늬를 드러낸다. 두 개체가 짝짓기를 결정하면 배 쪽을 맞대고 부리와 부리를 마주한 채 팔을 서로 엉키며 껴안는다. 주목할 점은 암컷이 이 과정에서 동족을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게 행동해, 부리를 맞댄 포옹의 결과로 표면적인 빨판 자국만 남긴다는 것이다. 나아가 먹이와 굴을 공유하는 등 짝 결속(pair bonding)으로 볼 만한 행동도 관찰됐다.

번식 방식 역시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문어가 평생 한 번 산란하고 죽는 것과 달리, LPSO는 일생에 걸쳐 여러 차례 산란할 수 있다. 알은 굴 안에 쌍으로 낳으며, 암컷은 부화할 때까지 알을 돌보고 팔끝으로 알 표면을 쓸어 건강을 유지시킨다. 부화한 새끼는 성체가 되기 전까지 원양(pelagic) 생활을 한다.

먹이에 따라 바꾸는 사냥 전술

사냥에서도 LPSO는 상황별로 전술을 달리한다. 새우, 갯가재류, 게, 이매패류 등 다양한 갑각류와 조개류를 먹이로 삼는데, 대상에 따라 몰래 접근하거나 쫓거나 매복하는 방식을 골라 쓴다. 이매패류를 먹을 때는 작은 것은 부수거나 잡아당겨 벌리고, 큰 것은 껍데기에 구멍을 뚫는다. 새우를 노릴 때는 빨판을 바깥으로 향하게 한 채 팔을 조심스럽게 뻗어 닿는 순간 붙잡고, 게는 곧장 덮쳐 잡는 매복 방식을 쓴다. 하나의 행동 레퍼토리를 고집하지 않고 대상에 맞춰 방법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이 종이 지닌 것으로 알려진 지능과 맞닿아 있다.

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쇠(senescence)에도 성별 차이가 나타난다. 노쇠는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인데, LPSO에서는 암컷이 수컷보다 이 기간이 길다. 첫 노쇠 징후가 나타난 뒤 수컷은 보통 1~2주 안에 죽지만, 암컷은 2~4개월가량을 더 버틴다. 여러 번 산란하며 알을 돌보는 암컷의 생활사와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아직 정식 이름조차 없는 이 문어의 사례는, 잘 정리된 데이터베이스 밖에도 관찰과 기록을 기다리는 현상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반세기의 관찰에도 학명 하나 붙지 못한 종이 이토록 풍부한 행동을 보여준다는 사실은, 성급한 일반화보다 꾸준한 관찰이 쌓일 때 비로소 예외가 드러난다는 오래된 교훈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en.wikipedia.org/wiki/Larger_Pacific_striped_octop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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