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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로 지은 3D 미술관 — 브라우저에서 걸어 다니며 만나는 미술사

미술사를 '걸어서' 공부하는 웹사이트

학교에서 미술사 배울 때 기억나세요?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같은 사조 이름은 외웠는데, 정작 그림은 교과서 구석에 손톱만 한 사진으로 실려서 기억에 잘 안 남았거든요. 이번에 소개할 프로젝트는 그 경험을 바꿔보려는 시도예요. 위키백과(Wikipedia)에 있는 미술 작품 정보와 이미지를 가져다가 브라우저 안에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는 3D 미술사 박물관을 만들어 공개했어요.

따로 설치할 것 없이 링크만 열면, 게임 캐릭터처럼 전시실을 돌아다니면서 벽에 걸린 작품을 볼 수 있어요. 개발자 입장에서 재밌는 점은 큐레이터나 건축가 없이 공개 데이터와 웹 3D 기술만으로 꽤 그럴듯한 공간 경험을 만들었다는 거예요. 이 글에서는 이런 걸 만들려면 뭐가 필요하고 어디서 막히는지 개발자 시선으로 뜯어볼게요.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어떤 스택을 썼는지는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재료 준비: 위키데이터라는 보물창고

위키백과 뒤에는 위키데이터(Wikidata)라는 구조화된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요. 이게 뭐냐면, 위키백과 문서에 흩어진 사실을 '항목-속성-값' 형태로 정리한 거대한 지식 그래프예요. 예를 들어 '모나리자' 항목에는 작가(레오나르도 다빈치), 제작 시기(16세기 초), 소장처(루브르 박물관), 이미지 파일 이름 같은 값이 붙어 있어요.

이 데이터는 SPARQL이라는 질의 언어로 꺼낼 수 있어요. SQL의 사촌쯤 되는데, 테이블 대신 그래프에서 패턴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회화이면서 이미지가 있고 특정 사조에 속하는 작품을 제작 연도순으로 가져와' 같은 질의가 가능하죠. 속성 이름이 P170(작가), P571(제작 시기), P18(이미지), P135(사조)처럼 번호로 되어 있어서 처음엔 암호처럼 보여요. 그래도 query.wikidata.org에서 예제 몇 개만 돌려보면 금방 익숙해져요. 미술사 박물관이라면 이 데이터로 시대별, 사조별 전시실을 자동으로 꾸밀 수 있겠죠.

저작권도 짚고 넘어가야 해요.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작품(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사후 70년)은 퍼블릭 도메인이라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하지만 위키백과 본문은 CC BY-SA 라이선스라서 출처를 표시해야 해요. 작품 사진 자체의 권리는 나라마다 해석이 조금씩 다르니, 서비스로 키울 생각이라면 꼭 확인하세요.

진짜 난관: 그림 수백 장을 GPU에 올리기

미술관 건물 자체는 의외로 단순해요. 바닥, 벽, 천장, 액자는 결국 상자와 평면이거든요. 브라우저용 3D 라이브러리인 Three.js 같은 걸 쓰면 방 몇 개는 금방 만들어요. 진짜 어려운 건 그림 이미지예요.

계산을 한번 해볼게요. 4000×3000 픽셀짜리 고해상도 이미지를 텍스처로 GPU에 올리면, 픽셀당 4바이트(RGBA)라서 압축하지 않으면 약 48MB를 차지해요. 그림이 100점이면 4.8GB라서 웬만한 노트북의 그래픽 메모리는 바로 바닥나요. 그래서 보통 몇 가지 기법을 섞어서 써요. 위키미디어 커먼즈는 Special:FilePath/파일명?width=1024처럼 너비를 지정하면 줄인 이미지를 내려줘요. 처음엔 이 작은 이미지를 걸어두고,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갈 때만 고해상도로 바꿔 끼우는 거죠. 이 방법을 LOD(Level of Detail)라고 해요. 멀리 있는 건 대충, 가까이 있는 건 자세히 그리는 게임 업계의 오래된 요령이에요. 여기에 아직 들어가지 않은 방의 그림은 아예 불러오지 않는 지연 로딩(lazy loading)을 더하면 꽤 쾌적해져요.

비슷한 시도들과 비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구글 아츠 앤 컬처예요. 실제 미술관을 스트리트뷰로 촬영해서 현실감은 최고지만, 결국 실제 공간에 묶여 있어요. 반면 이 프로젝트는 세상에 없는 미술관이에요. 루브르, 우피치, 프라도에 흩어진 작품을 한 복도에 시대순으로 나란히 걸 수 있죠. 2024년에 서비스를 종료한 Mozilla Hubs 같은 메타버스형 공간은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어요. 이 프로젝트는 그보다 데이터에서 콘텐츠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무게가 실려 있어요.

한계도 분명해요. 위키데이터는 서양 미술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그대로 쓰면 미술사도 서양 중심이 돼요. 이미지 품질과 메타데이터 완성도도 들쭉날쭉하고요. 사람 큐레이터가 '이 그림 옆에 저 그림을 거는 이유'까지 데이터가 대신해 주지는 못하죠.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첫째, 공개 데이터와 웹 3D의 조합은 훌륭한 포트폴리오 소재예요.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처럼 국내에도 소장품 데이터를 공개하는 곳이 있어요. 공공누리 라이선스 유형만 잘 확인하면 '걸어 다니는 조선 미술관' 같은 걸 만들어볼 수 있어요. 둘째, 브라우저 3D는 생각보다 시작하기 쉬워요. Three.js나 React Three Fiber로 출발하면 되고, 주요 브라우저의 WebGPU 지원도 넓어지는 중이에요. 셋째, 텍스처 메모리를 계산해 보는 경험은 평소 웹 프론트엔드에서 접하기 어려워서 성능 최적화 공부로도 좋아요.

마무리

공개 데이터와 웹 3D만 있으면 누구나 나만의 박물관을 지을 수 있어요. 여러분이라면 어떤 공개 데이터로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나요? 그리고 큐레이터 없이 데이터만으로 배치한 전시도 '전시'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artmuseum.artfrompi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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