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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생물학의 반전: 생명은 양자를 '흉내'낼 뿐인가

양자생물학의 반전: 생명은 양자를 '흉내'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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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전, 과학계는 생명 현상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즉 '양자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하고, 서로 얽히며, 여러 상태에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세계의 기이한 법칙이 생명의 놀라운 효율성을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프린스턴대학의 화학자 그레고리 숄스는 정반대에 가까운 주장을 내놓았다. 생명은 진짜 양자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수학적으로 '흉내'낼 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이는 양자컴퓨팅이나 양자센싱 같은 '진짜 양자' 기술과, 자연에서 관찰되는 놀라운 기능을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광합성이 불붙인 기대와 그 좌절

논쟁의 진원지는 광합성이었다. 광합성 생물은 색소와 단백질로 이뤄진 광수확 복합체로 빛을 흡수하는데, 광자가 도달하면 전자가 들뜬 상태가 되어 '엑시톤'이라는 준입자가 반응 중심으로 이동한다. 이 과정은 흡수된 거의 모든 광자가 화학 에너지로 전환될 만큼 100%에 가까운 효율을 보인다. 과학자들은 엑시톤이 여러 분자에 걸쳐 양자 결맞음(coherence)을 유지하면서 여러 경로를 동시에 탐색하기 때문에 이런 효율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결정적 계기는 2007년이었다. UC 버클리의 그레이엄 플레밍 연구팀은 박테리아의 광수확 복합체에 극도로 빠른 레이저 펄스를 쏘아 엑시톤을 만든 뒤 이를 다시 관측해, 결맞음의 증거로 보이는 동기화된 '박동(beats)' 신호를 포착했다. 숄스를 포함한 다른 연구자들도 유사한 실험에서, 심지어 상온에서도 비슷한 신호를 확인하며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자 이 박동은 장거리·장수명의 양자 결맞음이 아니라 분자 결합의 진동 사이에서 일어나는 공명 현상으로 드러났다. 글래스고대학의 광생물학자 리처드 코그델의 표현처럼, 생명에 아무도 몰랐던 특별함이 있으리라는 기대는 벽에 부딪혔다.

세포는 양자 상태를 지킬 수 없다

사실 물리적으로도 세포 내부는 양자성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이다. 양자 상태는 외부의 작은 교란에도 쉽게 무너지며, 열에 의한 원자의 미세한 떨림만으로도 고전적 상태로 붕괴하는 결어긋남(decoherence)이 일어난다. 양자컴퓨터를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뜻하고 축축한 세포 안에서는 결어긋남이 사실상 즉각적으로 일어나므로, 양자성이 생물학적 기능을 발휘할 만큼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 수소 원자 같은 아주 작은 입자가 에너지 장벽을 뚫는 양자 터널링은 실제로 일부 효소의 빠른 반응 속도를 설명하지만, 이는 결맞음이 없는 짧고 불가피한 현상일 뿐 연구자들이 찾던 '자원으로서의 결맞음'은 아니다.

'양자스러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숄스의 전환점은 2023년 12월의 한 학회였다. 그는 호텔 방으로 돌아가 '양자생물학의 양자성은 양자역학이 아니라 거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에 퍼지는 파동 같은 잔물결에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는 착상을 적었다. 새떼나 물고기 떼처럼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진동 요소가 하나의 집합적 전체로 동기화될 때, 그 행동이 양자 세계를 예측하는 것과 같은 수학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상태는 진짜 양자가 아니라 '양자스러운(quantumlike)' 상태에 불과하다.

이 발상의 뿌리에는 수학이 있다. 양자 상태에서 물리를 걷어내면 남는 것은 힐베르트 공간이라 불리는 벡터 공간의 벡터, 즉 가능성의 좌표를 나타내는 숫자 목록이다. 두 상태를 더하면 또 다른 유효한 상태가 되는 규칙이 바로 중첩의 수학적 본질이다. 스웨덴 린네대학의 수학자 안드레이 흐렌니코프는 1990년대에 이미 양자역학의 수학을 빌려 신경과학이나 경제학처럼 서로 다른 분야의 확률적 결과가 중첩된 양자 상태처럼 서로 간섭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숄스는 2024년, 진동자들의 네트워크를 특정 방식으로 설계하면 두 상태를 갖고 그 중첩까지 가능한 가장 단순한 양자 단위인 큐비트를 수학적으로 모사하는 안정적 창발 상태가 나타난다는 것을 보였다. 퍼듀대학의 컴퓨터과학자 이선 디키는 이것이 그래프의 수학적 구조에서 순수하게 비롯되며,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방식으로 만든 그래프에서도 양자 객체를 흉내 내는 우아한 수학적 대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무자가 새겨둘 지점과 한계

비엔나 양자광학·양자정보연구소의 물리학자 마르쿠스 뮐러는 고전계로 양자 세계의 일부를 재현하려는 시도가 수십 년간 이어져 왔으며, 숄스의 기여는 자연에 흔한 평범한 복잡계에서도 그런 양자스러운 행동이 창발할 수 있음을 보인 데 있다고 평가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양자화학자 사브레 카이스도 고전계가 양자 정보의 핵심 특징 일부를 모사할 수 있다는 점을 '흥미로운 새 방향'으로 꼽았다. 다만 분명한 한계도 있다. 새의 자기 감각이나 인간 의식까지 양자 효과로 설명하려는 가설들은 여전히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고,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 장수명 양자 결맞음에 대한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다. 숄스 스스로도 결맞음이나 얽힘을 생명의 규모로 확대하는 일 자체가 가능한지 회의적이다. 그가 던지는 질문, 즉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차이가 중요한가'는 양자적 기능을 얻는 길이 반드시 진짜 양자여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다소 도발적이지만 실용적인 관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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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quantamagazine.org/biology-might-not-be-quan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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