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일이 있었나요?
스탠퍼드 대학교 학보 스탠퍼드 데일리가 Anthropic이 Claude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불법 유통된 책들을 썼고, 그중에 스탠퍼드 교수들의 저서도 있었다고 보도했어요. 자기 학교 교수들이 쓴 책이 해적판 형태로 AI 학습에 들어갔다는 게 구체적으로 확인된 거예요.
갑자기 나온 이야기는 아니에요. 배경에는 2024년 작가들이 Anthropic을 상대로 낸 집단 소송, 흔히 ‘Bartz v. Anthropic’이라고 부르는 사건이 있어요. AI 학습 데이터와 저작권 문제에서 지금까지 나온 판단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정표로 꼽히는 사건이에요. 이번 보도로 그 큰 사건에 ‘우리 학교 교수님 책’이라는 구체적인 얼굴이 생긴 셈이고요.
소송의 핵심: ‘학습’과 ‘수집’은 다르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2025년 6월에 나온 법원 판단을 알아야 해요. 담당 판사인 윌리엄 알섭(William Alsup)은 두 가지를 분명하게 나눴어요.
1. 합법적으로 산 책으로 AI를 학습시키는 것 → 공정 이용(fair use)
‘공정 이용’은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저작권자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미국 저작권법의 예외 조항이에요. 판사는 AI가 책을 읽고 배우는 게 사람이 책을 읽으며 글쓰기를 배우는 것처럼 ‘변형적(transformative)’인 사용이라고 봤어요. Anthropic은 종이책을 대량으로 사서 스캔해 학습에 쓰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죠.
2. 해적 사이트에서 책을 내려받아 쌓아둔 것 → 공정 이용 아님
문제가 된 건 LibGen 같은 불법 도서 공유 사이트에서 수백만 권을 내려받아 내부 ‘도서관’처럼 보관한 행위였어요. 판사는 나중에 학습에 쓸 거라는 이유만으로 해적판 수집이 정당해지지는 않는다고 봤어요.
비유하자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공부하는 건 괜찮지만, 공부하겠다며 서점에서 책을 훔쳐 오는 건 안 된다는 거예요. ‘무엇을 배웠느냐’보다 ‘재료를 어떻게 구했느냐’가 쟁점이 된 거죠.
이후 집단 소송이 인정됐고, 2025년 9월 Anthropic은 약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합의에 나섰어요. 대상 도서 약 50만 권에 권당 3,000달러 정도이고, 내려받은 해적판 파일도 폐기하기로 했어요. AI 저작권 분쟁 사상 최대 규모의 합의예요. 이번 스탠퍼드 교수들의 사례도 이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도서 목록과 맞물려 확인된 것으로 보여요.
업계 맥락: Anthropic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솔직히 한 회사의 일탈로만 보기는 어려워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만들려면 질 좋은 긴 글이 엄청나게 필요하고, 책은 그중에서도 최고급 데이터거든요. 그래서 Books3처럼 해적판을 기반으로 만든 데이터셋이 한때 업계에 꽤 널리 퍼져 있었어요.
- 메타도 비슷한 소송(Kadrey v. Meta)을 겪었어요. 작가들이 시장 피해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메타에 유리한 판단이 나왔지만, 판사는 “AI 학습이 무조건 공정 이용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어요.
-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사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어요.
- 한편 여러 AI 기업이 출판사·언론사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어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나는 모델을 직접 학습시키지 않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이야기예요.
첫째, 파인튜닝이나 RAG(검색 증강 생성)에 쓰는 데이터도 출처 관리가 필요해요. RAG는 AI가 답변할 때 미리 모아둔 문서를 찾아보고 참고하게 하는 방식이에요. 사내 챗봇을 만들면서 인터넷에서 대충 모은 PDF나 전자책을 넣었다면, 규모만 작을 뿐 같은 종류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둘째, 데이터 리니지(data lineage)를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아요. 데이터 리니지는 각 데이터가 어디서 왔고 어떤 라이선스인지 추적할 수 있게 남겨두는 기록이에요.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합법적으로 구한 데이터’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셋째, 한국 법은 아직 정리되는 중이에요. 국내 저작권법에도 공정 이용 조항(제35조의5)이 있지만, AI 학습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판례나 법 개정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어요. TDM(텍스트·데이터 마이닝) 면책 조항을 도입하자는 논의도 오래 이어지고 있고, 국내 언론사와 AI 기업 사이의 학습 데이터 대가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어요. 미국 판결을 국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세요.
마무리
한 줄 정리: AI 학습 자체는 허용될 수 있어도, 그 재료를 훔쳐 와서는 안 된다는 기준이 생겼어요.
권당 3,000달러라는 합의금이 저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일까요? 그리고 앞으로 ‘데이터 출처가 깨끗하다’는 게 AI 서비스를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거라고 보시나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