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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 — 제품 결정의 진짜 시험대

'무엇을 만들지 않을 것인가' — 제품 결정의 진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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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게 올해 무엇을 출시했느냐고 물으면 목록이 줄줄 나온다. 무엇을 없앴느냐고 물으면 방 안이 조용해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리암 뉴전트(Liam Nugent)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던진 이 질문은 제품 조직이 습관적으로 외면하는 결정, 즉 '만들지 않기로 하는 것'의 무게를 정면으로 겨눈다. 그는 소비자용 금융 앱을 만들며 두 가지 기능을 끝까지 피하려 애썼다고 말하는데, 바로 문서 허브와 알림 센터다. 사용자 대부분이 이미 익숙해진, 그러나 그가 보기엔 형편없는 기능들이다.

왜 하필 문서 허브와 알림 센터인가

밑바탕에 깔린 문제 자체는 진짜다. 기존 시스템은 우편으로 보내던 시절의 잔재로 편지나 명세서 같은 PDF를 계속 생성하고, 규제 담당자는 '지속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요구한다. 그래서 앱 어딘가에 이 문서들을 담을 공간이 필요해진다. 가장 손쉬운 해법이 파일 목록을 늘어놓고 열어보게 하는 문서 허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형사 콜롬보처럼 '하나만 더'를 붙이려 한다. 태그, 아카이빙, 인쇄, 여러 채널을 통한 공유가 각자의 특성과 함께 쌓이고, 적절한 사람만 적절한 문서를 보도록 하는 보안·인증 장벽까지 넘고 나면 결국 구글 드라이브를 다시 만든 꼴이 된다. 알림 센터도 각본은 같다. 화면 오른쪽 위에 빨간 점이 달린 종 아이콘 하나 넣자는 요청에서 시작해, 몇 달 뒤엔 조악한 지메일 클론을 만들고 있다. 뉴전트는 심지어 알림 센터를 실제로 만들었더니 원래 전하려던 메시지의 의도를 그 그릇이 담아내지 못한 경우까지 봤다고 적는다.

유지비라는 설득 카드

이런 기능을 밀어내기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이 머릿속에 그린 모델을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고객 포커스 그룹이 그 모델을 어느 정도 검증해주면 더욱 그렇다. 뉴전트는 '더 빠른 말'을 말했을 사람들의 예를 인용하며, 사용자 요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함정을 지적한다. 그가 실제로 효과를 본 방법은 구축 비용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운영·유지 비용을 펼쳐 보이는 것이다. iOS 릴리스 주기마다 애플이, 혹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이 의존하던 기능을 일방적으로 걷어가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이 비용 계산은 사람들을 벼랑 끝에서 되돌려 놓는다.

다만 플랫폼을 없앤다고 원래 문제가 사라지진 않는다. 고객에게 그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동시에 법적 의무를 충족하며 소통해야 한다는 과제는 그대로다. 그가 매번 되돌아온 답은 각 활용 사례를 개별적으로 따지는 것이다. 무엇을 언제 말해야 하는지 엄격하게 정하고, 그것을 위해 플랫폼 전체가 필요한지 냉정하게 검증한다. '이게 배를 더 빠르게 하는가'라는 기준이다. 대개의 경우 답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미 존재하는 단순한 도구를 쓰는 것이며, 만능 해법을 만들려는 유혹은 계속 저항해야 할 대상이다.

더하기는 쉽고 빼기는 어렵다

그의 조언은 두 갈래다. 시스템에 무엇을 추가할지 극도로 까다롭게 굴 것, 그리고 무엇을 제거할지에는 전투적일 것. 두 번째가 훨씬 어렵고, 이건 단순한 겁쟁이 심리가 아니다. 뉴전트는 게리 맥거번(Gerry McGovern)을 인용해, 만들고 출시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반면 검토·유지·제거는 하찮은 일로 취급되는 문화를 지적한다. 맥거번의 '탑 태스크(Top Tasks)' 작업에서는 사이트 콘텐츠의 약 80~90%를 걷어내자 오히려 매출이 늘고 지원 문의가 줄었으며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더 빨리 찾았다. 제거가 뒷정리가 아니라 개선 그 자체였던 셈이다.

이 경향은 조직 문화보다 깊다. 클로츠(Klotz) 연구진이 네이처에 발표한 여덟 건의 실험은, 사람들이 빼는 편이 명백히 나은 상황에서도 뺄셈적 변화를 체계적으로 간과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하는 아이디어는 빠르고 값싸게 떠오르는 반면 빼는 아이디어는 실제 인지적 노력을 요구한다. 우리는 그렇게 배선돼 있다는 것이다. 뉴전트는 여기서 에이전트(AI) 시대의 통념을 뒤집는다. DHH는 에이전트 시대에 모든 아이디어와 실험이 즉시 손에 잡힌다고 반겼지만, 이를 '항상 더 많이 만들라'는 뜻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가 보기에 더 똑똑한 수는 에이전트를 가지치기와 유지보수에, 사람이 손으로 하기 어려운 신중한 제거 작업에 쓰는 것이다.

한 번에 하나씩

방 안의 코끼리는 결국 스티브 잡스의 1997년 매트릭스다. 소비자용 둘, 프로용 둘로 나눈 네 칸에 각각 최고의 제품 하나씩. 잡스는 나머지 제품 라인을 모두 접어 흩어져 있던 엔지니어링 인력을 한데 모았다. 뉴전트는 여기서 흔한 오독을 경계한다. 애플이 지금 52개가량의 제품과 서비스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목표가 '단 네 가지만 팔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요점은 조직을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시켜, 세계 최대 기업이 될 기회비용을 헛되이 쓰지 않는 데 있었다. 성공이란 대개 조직 내부가 아니라 고객이 있는 바깥 세계에 존재하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두뇌를 써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한 번에 하나씩. 스튜어트 브랜드의 말처럼 유지보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면서도 전적으로 선택적인, 정확히는 필수가 되기 전까지만 선택적인 역설 위에 놓여 있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liamnugent.me/posts/what-you-dont-bu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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