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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배우는 UX: 스파클과 미니멀리즘의 역설을 넘어서

게임에서 배우는 UX: 스파클과 미니멀리즘의 역설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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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UX는 대체로 미니멀리즘과 단순함을 지향한다. 버튼 하나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를 압도하지 않으며, 불필요한 선택지를 줄이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30년 넘게 UX 디자인을 해 온 스콧 젠슨은 정반대의 세계에서 영감을 찾으려 했다. 화려한 이펙트와 긴장감으로 가득 찬 비디오 게임이다. 그는 게임이 훨씬 실험적이고 감각적인 UX 기법을 다룬다고 느꼈고, 한때 유행했던 '게이미피케이션'—성취 배지 같은 장치로 앱 사용을 유도하던 방식—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원했다. 특히 앱을 의도적으로 '중독적'이거나 '들러붙게' 만드는 접근은, 모바일과 소셜미디어 과사용의 폐해가 드러난 지금 시점에서 무책임하다고 봤다.

게임과 앱의 근본적 역설

문제는 게임과 앱의 지향점이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데 있었다. 게임 용어 중 하나인 '주시(juicy)'는 하나의 동작에 얼마나 많은 시각 효과가 뒤따르는가를 뜻한다. 주시한 게임은 살짝 과할 정도로 반응이 풍성하고, 그 과잉이 오히려 재미를 준다. 하지만 앱 디자이너에게 사용자를 압도하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게임은 또한 긴장을 만든다. 몬스터와 싸우려면 여러 기술을 숙달해야 하지만, 유능한 UX 디자이너에게 '몬스터를 이기는 완벽한 플로'를 맡기면 그저 '몬스터 처치' 버튼 하나를 내놓을 것이다. 스파클과 긴장의 게임, 미니멀리즘의 앱—이 역설이 젠슨의 출발점이었다.

실마리는 『A Theory of Fun』의 저자 라프 코스터에게서 나왔다. '게임 문법학자'로 불리는 그는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게임처럼 해체해 설명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8주에 걸쳐 여러 차례 만나 그 책을 UX 디자인에 대입하며 뜯어봤다. 젠슨이 게임 UI, 예컨대 『호라이즌 제로 던』의 뛰어난 HUD를 모바일 앱에 그대로 옮기고 싶어 하자, 코스터는 겉모습을 베끼는 것을 경계했다. 게임은 늘 새로운 UI를 쏟아내므로 따라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대신 게임이 그런 UI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그 원리를 먼저 이해하라는 것이었다.

스토리가 아니라 내러티브

첫 번째 통찰은 '스토리'와 '내러티브'의 구분이었다. 스토리는 작가가 만든 것이고, 내러티브는 사용자가 만든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가 A-B-C의 사건을 배치해도, 실제 사용자는 예상 밖의 경로로 움직인다. 여기까지는 UX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아는 사용자 테스트의 상식이다. 하지만 코스터의 요점은 더 깊다. 사람은 어떤 경험이든 내러티브로 재구성해 기억하는 본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토리에 큰 공백이 있고 사용자를 세심하게 이끌지 못하면, 사용자는 그 틈을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로 메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종종 디자이너를 겁먹게 할 만큼 엉뚱하다.

젠슨이 드는 최고의 사례는 1984년 매킨토시의 부팅 시퀀스다. 당시 다른 PC들이 전원을 켜면 '삐'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텍스트를 쏟아낸 반면, 맥은 웃는 얼굴의 화면 하나만 보여준 뒤 메뉴 바와 디스크 아이콘, 휴지통이 놓인 데스크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화면 모서리는 둥글어 책상 위 데스크 블로터처럼 보였고, 휴지통은 무언가를 버리면 불룩해졌다. 하드웨어적 행위인 '전원 켜기'를, 약속으로 시작해 완성된 데스크톱으로 부풀어 오르는 하나의 연극으로 바꾼 것이다. 사람들이 맥에 애착을 가진 이유는 바로 이 세심하게 짜인 이야기, 사용자가 자기 내러티브를 무리 없이 만들 수 있게 한 배려에 있다고 그는 본다. 최근 사례로는 개인과 비즈니스 사용자를 선택하게 하며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페이팔의 랜딩 페이지를 꼽는다.

프랙탈 구조와 학습 루프

두 번째 렌즈는 '게임은 프랙탈'이라는 개념이다. 코스터는 개구리를 길과 강 건너로 옮기는 고전 게임 프로거를 예로 든다. 겉보기엔 단순한 선형 과제지만, 실제로는 발견이 겹겹이 중첩된 구조다. 스테이지를 깨려면 길을 건너야 하고, 길을 건너려면 개구리를 움직여야 하며, 개구리를 움직이려면 조이스틱 타이밍을 이해해야 한다. 각 하위 단계마다 고유한 피드백과 동기, 학습이 요구된다. 30년 된 게임조차 이토록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젠슨에게 충격을 줬다. 데스크톱 메뉴 조작 역시 마찬가지다. 메뉴 바를 가로로 훑다가 클릭으로 세로 모드로 전환하고, 계층 메뉴의 시각적 힌트를 읽어 하위 메뉴로 옮겨가는 일련의 과정은 초보자에게 결코 쉽지 않은 '기술의 프랙탈 연쇄'다.

이 지점에서 게임과 앱의 태도 차이가 선명해진다. 앱은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일관성을 지키며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않으려 애쓴다. 합리적인 전략이지만, 지금의 폰 UI를 30년 뒤에도 쓸 리는 없다. 반면 게임은 늘 진화하며, 모든 동작을 층층이 뜯어보고 개선하고 무엇보다 사용자에게 가르친다. 그 바탕에 있는 것이 심리학의 '학습 루프'다. '레이저를 쏜다'는 의도가 버튼을 누르는 행동으로 이어지고, 대포가 충전되어 빔을 발사하는 결과가 다시 멘탈 모델을 갱신한다. 코스터의 표현으로 '재미란 학습의 다른 이름'이며, 재미를 느끼려면 반드시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슈퍼 마리오의 첫 스테이지에서 파이프를 넘는 점프, ? 블록을 치는 점프, 몬스터를 밟는 점프로 학습이 한 겹씩 쌓이는 것이 그 증거다.

다만 젠슨은 게임이 앱과 같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목표는 복제가 아니라 영감이다. 많은 UX 디자이너가 에드워드 터프티의 정보 디자인 책을 읽는 것은 복잡한 데이터셋을 직접 시각화하려서가 아니라, 데이터 패턴을 이해하는 지적 즐거움 때문인 것과 같다. 실무적으로 이 글이 남기는 교훈은 두 가지다. 하나는 트릭 모음집처럼 게임 UI를 베끼기보다 그것이 작동하는 원리를 밑바닥부터 이해하라는 것. 다른 하나는 기능을 냄비에 던져 넣듯 나열하지 말고, 사용자가 스스로 구성할 내러티브를 염두에 두고 촘촘히 연결된 경험의 호(弧)를 설계하라는 것이다. 대다수 게임이 실패하며, 오직 잘 만든 게임만이 연습을 보상한다는 코스터의 말은 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용자가 배우는 것이 즐거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우리는 아직 충분히 진지하게 다루지 못했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jenson.org/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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