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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은 곧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다: 재현성 관점에서 본 연구 소프트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자이자 연구자인 옌스 페데르센은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던진다. "현대 과학, 적어도 계산과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동의어"라는 것이다. 학계에서 소프트웨어는 흔히 논문이라는 진짜 성과에 도달하기 위해 빨리 지나쳐야 할 시간 낭비, 과학이 아닌 도구쯤으로 취급된다. 저자는 이런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소프트웨어야말로 과학적 방법 그 자체를 코드로 구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논지의 출발점은 과학의 정의다. 위키백과식 정의를 빌리면 과학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이 아니라, 체계화할 수 있고(systematic) 검증할 수 있는(testable) 예측을 만들어내는 활동이다. 저자는 임의의 arXiv 논문을 예로 든다. 그 논문에는 분명 어떤 지식이 담겨 있지만, 독자가 그 내용을 직접 검증하고 자기 것으로 체계화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대개 '어렵다'가 된다. 지식에 직접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현성은 복제가 아니라 확장 가능성이다

저자는 케네스 크레이크의 저서 『설명의 본질』을 인용해, 인간은 현실의 작은 시뮬레이션(내적 모델)을 통해 세계를 설명하고 예측한다고 설명한다. 과학의 목적은 이 내적 모델을 개선해 더 나은 예측을 하는 데 있다. 여기서 그가 강조하는 재현성의 의미는 단순히 남의 결과를 똑같이 다시 얻어내는 복제가 아니다.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와 자신의 모델에 이식하고, 변형하고, 그 위에 새로운 것을 쌓거나, 예측력을 떨어뜨린다면 폐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확장할 수 없는 아이디어는 더 발전될 수 없으므로 결국 쓸모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단호한 결론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유용한 사고실험을 제안한다. '소프트웨어 모델'을 '수학적 모델'로 바꿔놓고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어떤 물리학 논문이 "우리 방정식이 X를 예측한다, 다만 수식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면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방법을 숨기는 계산과학 역시 같은 이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소프트웨어는 결국 실행 가능한 수학적 모델이며, 예측 모델을 인코딩하고 공유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가 틀리면 과학도 틀린다

소프트웨어는 이미 현대 과학 어디에나 있다. 코로나19 확산 모델부터 검색 알고리즘, 실험 프로토콜까지 모두 다른 사람이 만든 소프트웨어 위에 서 있다. 문제는 연구자들이 바쁘다는 점이다. 모든 의존성 코드를 뜯어보며 정확성을 검증하거나 잠재적 오류를 확인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레그 윌슨의 말을 빌려 "버그투성이 프로그램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야가 발목을 잡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의 경력이 흔들렸는가"라고 되묻는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버그는 이미 수많은 논문 철회의 원인이 되어 왔다. 결과가 소프트웨어에 의존한다면, 소프트웨어가 틀릴 때 과학도 틀린다는 명제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다.

결국 우리는 어느 지점에서는 타인의 작업을 신뢰하고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 소프트웨어는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수정 가능성(modifiability)과 신뢰성(reliability)을 핵심 가치로 꼽는다. 방정식을 고쳐 쓸 수 있어야 과학이 발전하듯, 코드도 필요에 맞게 바꾸고 개선하며 반복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가 든 예가 허깅페이스에 공개된 모델들이다. 오픈소스는 바로 이 수정과 반복을 가능하게 한다. IP와 보안 문제, 여전히 발생하는 버그, 안정성 부족 같은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결함이 공개 기록으로 남아 수정되고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소스는 시뮬레이션으로 구현된 과학적 방법이라 부를 만하다.

저자가 그리는 이상적인 열린 계산과학의 모습은 구체적이다. 어떤 약이 증상을 30% 줄인다는 논문을 읽을 때 링크를 클릭하면 저자가 쓴 것과 동일한 환경에서 데이터 처리와 통계 검정, 시각화가 브라우저 안에서 즉시 재현된다. 기후 모델은 단일 연구실이 아니라 전 세계 공동체가 위키백과처럼 함께 유지·보수하며, 케냐의 한 연구자가 대기 난류 계산의 버그를 발견하면 그 수정이 곧바로 전 세계 시뮬레이션에 반영된다. 각자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대신 실행 가능하고 수정 가능한 거인의 어깨 위에 설 때 발견의 속도는 복리로 누적된다.

저자는 이것이 유토피아적 공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픈소스 커뮤니티, 재현 가능한 컨테이너 환경, 협업 개발 플랫폼 같은 구성 요소는 이미 모두 존재하며, 남은 일은 이를 하나의 일관된 비전으로 엮는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이 글은 원칙과 당위를 제시하는 선언에 가깝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구체적인 정책 설계나 인센티브 구조, 학계의 평가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로드맵은 담겨 있지 않다. 그럼에도 컴퓨팅에 의존하는 연구가 표준이 된 시대에, 소프트웨어를 결과에 딸린 부산물이 아니라 검증과 확장의 대상인 과학적 산출물로 대하라는 문제 제기는 국내 연구·개발 실무자에게도 곱씹어볼 만하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jepedersen.dk/blog/202505_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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