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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을 제로섬으로 만들지 않는 법: '비서 문제'를 비껴간 어느 팀의 실험

채용은 종종 최적 후보 한 명을 골라내는 확률 게임처럼 다뤄진다. 이 사고방식을 이론으로 다듬은 것이 이른바 '비서 문제(Secretary Problem)'다. 최적 정지 이론(Optimal Stopping Theory)의 대표 사례로, 지원자를 순서대로 면접하면서 언제 결정을 멈춰야 최고의 지원자를 뽑을 확률이 높아지는지를 다룬다. 이 문제에는 결정적인 전제가 하나 있다. 한 번 탈락시킨 지원자는 다시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글의 저자는 2013~2014년 무렵 인도 푸네의 Clojure 기반 스타트업 helpshift.com에서 채용을 진행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바로 이 전제를 깨뜨렸다고 회고한다.

좁디좁은 인재풀에서 시작된 발상

저자와 동료 마얀크가 뽑으려 한 대상은 흔한 직군이 아니었다. QA 팀(사실상 두 사람뿐이었다)에서 함께 일할 프로그래머, 그것도 Clojure로 테스트 도구와 테스트 스위트를 짜야 하는 사람이었다. 방대한 기술 문서를 파고들고, CLI 도구와 스크립트, 설정을 익혀 쓰거나 직접 만들 수 있는 호기심 많은 인재가 필요했다. 문제는 당시 인도의 채용 시장이 대부분 수동 테스트만 해온 인력으로 채워져 있었다는 점이다. 테스터와 프로그래머의 결합 자체가 어려운 조합인데, 그 조합을 니치 언어인 Clojure로 요구했으니 파이프라인이 잡음투성이가 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 상황에서 저자는 '가능성 있는 사람을 놓치는 것이야말로 미친 짓'이라고 판단했다. 이전에 경영 관리자로 일하며, 딱 맞는 경험을 가졌음에도 학위나 배경, 시험 점수가 어긋난다는 이유로 좋은 후보를 잃는 회사들을 여럿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재지원 허용 + 옵트인 학습 지원'이었다. 탈락한 사람도 원하면 다시 지원할 수 있게 하고, 회사의 오피스 아워에 참여해 배우도록 문을 열어둔 것이다. 마침 회사 자체가 '거친 원석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는' 비전통적 채용 문화를 갖고 있었고, 별도의 HR 조직이 없어 두 사람이 자유롭게 방식을 설계할 수 있었다.

'재지원하세요'라는 말이 공허해지는 이유

저자가 특히 날을 세우는 지점은 형식적인 탈락 메일이다. '이번엔 아쉽지만 인재풀에 등록해두겠다, 6개월 뒤 재지원하라'는 문구를 그는 자기방어용 상투어로 읽는다.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켜 후속 연락을 하는 조직은 거의 없고, 지원자 입장에서도 6개월 뒤 무엇이 달라질지에 대한 신호가 없다면 재지원에 시간을 쓸 이유가 없다. 지킬 수 없는 기대를 애초에 심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HR을 거쳐야 했다면 이런 미사여구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조직이 없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결과는 상징적이었다. 4~5단계 필터 중 세 단계쯤을 통과한 뒤 '유감' 메일을 받은 지원자들에게서 오히려 '고맙다'는 답장이 돌아오곤 했다. 저자는 그 원인을 빠른 회신 속도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찾는다. 여기에는 킥의 전 CEO 폴 잉글리시에게서 배운 원칙이 깔려 있다. 후보의 존재를 알게 된 시점부터 확정 제안까지 '영업일'이 아니라 '달력 기준 7일' 안에 끝낸다는 SLA다. 실제로 채용까지 이어진 이들은 이후 사내에서, 또 다른 스타트업에서, 나아가 스스로 창업까지 하며 성장했다. 저자는 그 성장의 공은 대부분 동료들이 일군 엔지니어링 문화에 있다고 선을 긋는다. 잠재력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은 시작일 뿐이며, 이후의 훈련과 실무가 그들을 전문가로 키웠다는 것이다.

예상 밖 성과도 있었다. 채용하지 않았지만 오피스 아워에 참여했던 한 지원자에게 제공한 학습 지원이 입소문을 탔고, 그 지원자의 배우자였던 뛰어난 엔지니어가 이 접근에 감명받아 입사해 오래 근속했다. 탈락이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평판의 자산이 된 셈이다.

실무자가 가져갈 것과 남는 한계

저자가 던지는 진짜 문제 제기는 채용 산술에 있다. 통상적인 채용 깔때기는 지원자 약 10명당 최종 합격 1명 수준의 잡음을 낸다. 모두가 'FAANG이 5라운드니까 그게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식으로 대기업의 절차를 복제하면, 그만한 낭비를 감당할 자원이 없는 작은 회사는 구조적으로 큰 기업에 밀린다. 그는 이를 '적대적(adversarial) 게임을 제로섬 게임처럼 플레이하는 것'이라 표현한다. 즉 승자가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싸움이 아닌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서로를 소모시킨다는 진단이다.

다만 이 방식을 그대로 이식하려는 실무자라면 저자 자신이 인정한 한계를 함께 봐야 한다. 뒤늦게 돌아보니 재지원과 학습 지원 약속이 '특정 조건 충족 시 채용한다'는 묵시적 약속으로 해석되어 노동법상 문제를 낳을 여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HR도 법무도 없던 소규모 팀이라 '할 수 있으니 그냥 했다'는 실험이었고, 규모가 커지고 절차가 갖춰진 조직에서는 같은 자유가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사례가 던지는 실무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빠른 회신, 정직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탈락을 관계의 끝이 아니라 다음 기회의 시작으로 남겨두는 태도만으로도 채용은 소모전이 아닌 상호 이득의 과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채용 시장의 구조적 손상을 가리는 명분으로 쓰이는 지금일수록, 비제로섬 채용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evalapply.org/posts/side-step-secretary-pro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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