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장소를 3D로 재현하는 작업은 보통 전용 게임 엔진이나 상용 3D 타일 서비스에 의존한다. PhiloLabs가 공개한 'Fable 5.1 World Modeling' 프로젝트는 그 전제를 뒤집는다. 이 저장소가 내세우는 표현은 간결하다. "코드로 만든 세계(worlds via code)". 게임 엔진도, 독점적인 3D 타일도 쓰지 않고, 건물과 상점, 간판, 가로수, 신호등 하나하나를 공개 데이터와 공개 참조 이미지를 바탕으로 코드가 생성한다. 결과물은 특별한 뷰어가 아니라 평범한 Three.js 애플리케이션이며, npm run dev 한 줄로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된다.
첫 번째 완성 대상은 샌프란시스코의 유니언 스퀘어다. 광장과 이를 둘러싼 파월(Powell), 기어리(Geary), 포스트(Post), 스톡턴(Stockton) 거리 일대를 실제 지형과 실제 도로망 위에 올렸다. 129개의 상점이 식별돼 배치됐고, 신호등과 케이블카가 실제로 동작하며, 낮·석양·밤의 조명 상태를 전환할 수 있다. 여기에 두 곳의 내부 공간까지 탐험할 수 있다. 300 포스트 스트리트의 애플 유니언 스퀘어 매장과 331 파월 스트리트의 닌텐도 샌프란시스코 매장이다. 저장소는 1920×1080 해상도의 59초짜리 워크스루 영상도 함께 제공한다.
사람이 아니라 에이전트 군집이 만든다
이 프로젝트에서 실무자가 주목할 대목은 제작 주체다. 조사(research), 모델링, 품질 검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율적인 Claude Fable 5.1 에이전트 군집(swarm)이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했다고 설명한다. 즉 사람이 3D 소프트웨어에서 폴리곤을 다듬는 방식이 아니라, 에이전트들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코드를 작성해 지오메트리를 산출하는 파이프라인이다. 각 세계는 동일한 파이프라인을 따르며, 모든 단계가 저장소 안에 그대로 들어 있어 누구나 다시 실행해 볼 수 있다고 밝힌다. 생성 결과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생성 과정 자체를 재현 가능한 형태로 공개했다는 점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주장에 해당한다.
데이터 출처도 명확히 정리돼 있다. 지오메트리는 오픈스트리트맵(OpenStreetMap, ODbL 라이선스)과 미국 지질조사국의 USGS 3DEP 고도 데이터(퍼블릭 도메인)에서 파생된다. 코드와 생성된 에셋 자체는 MIT 라이선스로 배포된다. 다만 참조용 사진은 저장소에 재배포하지 않으며, 각 세계의 refs/*/SOURCES.md 파일에 구역별 출처를 기록해 두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브랜드명과 로고는 해당 위치의 실제 사업체를 식별하기 위한 것으로 그 소유권은 각 소유자에게 있다고 명시한다.
실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웹 프론트엔드와 3D를 다루는 개발자 입장에서 이 접근의 장점은 분명하다. 무거운 런타임이나 라이선스 비용이 드는 상용 타일 서비스에 묶이지 않고, 표준 웹 기술 스택 위에서 도시 규모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굴릴 수 있다. 결과물이 별도 플러그인 없이 브라우저에서 돌아간다는 점은 배포와 접근성 측면에서 실질적인 이점이다. 또한 공개 데이터에서 지오메트리를 유도하는 방식은 라이선스 리스크를 관리하기 쉽고, 파이프라인이 코드로 존재하므로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거나 세부를 수정하기에도 유리하다.
동시에 한계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지금 공개된 것은 유니언 스퀘어라는 단일 지역, 그것도 광장과 인접 블록이라는 제한된 범위다. 상점 129곳을 '식별'했다는 것과 그것이 사진처럼 정확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참조 사진이 저장소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시각적 충실도를 재현하려면 각자 출처를 따라가 이미지를 확보해야 한다. 에이전트가 자동으로 조사와 품질 검증까지 했다고 하지만, 공개 데이터의 공백이나 오류가 그대로 모델에 반영될 여지, 그리고 실제 매장 배치·간판과의 불일치 가능성은 남는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완성된 지도 서비스라기보다, LLM 에이전트가 코드를 통해 물리 세계를 재구성하는 하나의 작업 방식에 대한 참조 구현에 가깝다. 자율 에이전트에게 공개 지리 데이터와 웹 렌더링 도구를 쥐어주면 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지를 실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도·부동산·리테일·관광 같은 분야에서 공간 콘텐츠를 다루는 팀이라면 파이프라인 구조와 라이선스 처리 방식을 뜯어볼 만하다. 코드가 공개돼 있고 재실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 시연을 단순한 데모 이상으로 만드는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