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설계 도구의 1인자와 OpenAI가 손잡았다
OpenAI와 시놉시스(Synopsys)가 'GPT-Synopsys'를 발표했어요. 이름 그대로 OpenAI의 최신(프런티어) AI 모델을 시놉시스의 반도체 설계 도구와 노하우에 결합해 칩 설계 방식을 바꾸겠다는 게 핵심이에요.
시놉시스가 낯선 분들도 계실 텐데요, 반도체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회사예요. 칩을 설계할 때 쓰는 소프트웨어를 EDA(Electronic Design Automation, 전자 설계 자동화)라고 부르거든요. 시놉시스는 케이던스(Cadence), 지멘스 EDA와 함께 이 시장을 사실상 나눠 가진 빅3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회사예요. 첨단 칩을 만드는 회사라면 거의 다 이들의 도구를 쓰고요. 한마디로 '반도체 업계의 IDE 회사'와 'AI 회사'가 손잡은 셈이에요.
칩은 어떻게 설계될까: 소프트웨어 개발과 닮은 듯 다른 과정
AI가 어디에 들어가는지 이해하려면 칩 설계 과정을 대략 알아야 해요.
먼저 칩이 해야 할 일을 정리한 명세를 바탕으로, 엔지니어가 Verilog나 SystemVerilog 같은 하드웨어 기술 언어로 회로의 동작을 '코드로' 작성해요. 이걸 RTL이라고 부르는데, 소프트웨어로 치면 소스 코드예요. 그다음 이 코드가 의도대로 동작하는지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는 기능 검증을 거치고, 합성 도구가 RTL을 실제 논리 게이트 회로로 바꿔요(논리 합성). 이어서 수십억 개 트랜지스터를 칩 위 어디에 놓고 어떻게 연결할지 정하는 배치·배선(Place & Route), 신호가 제때 도착하는지 따지는 타이밍 분석, 제조 규칙을 지켰는지 확인하는 물리 검증까지 마쳐야 비로소 공장에 설계를 넘기는 '테이프아웃'을 할 수 있어요.
이 중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게 검증이에요. 전체 설계 노력의 절반 이상이 검증에 들어간다고 할 정도거든요. 이유는 단순해요. 소프트웨어는 버그가 있으면 패치를 배포하면 되지만, 칩은 한 번 찍어내면 고칠 수가 없어요. 첨단 공정에서 다시 찍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몇 달의 시간이 날아가요.
AI는 어디에 쓰일까
AI 코딩 도구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어떻게 바꿨는지 떠올리면 쉬워요. 명세를 읽고 RTL 초안을 쓰는 일, 검증용 테스트벤치와 어서션(회로가 지켜야 할 조건을 적어둔 검사 코드)을 만드는 일, 실패한 시뮬레이션 로그를 분석해 원인을 짚어주는 일은 지금의 LLM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이에요. EDA 도구를 제어하는 TCL 스크립트 작성처럼 반복적이고 귀찮은 일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칩 설계는 AI에게 까다로운 분야이기도 해요. 소프트웨어 코드는 인터넷에 넘쳐나지만 하드웨어 설계 코드는 대부분 기업 내부 자산이라 공개된 학습 데이터가 적어요. 게다가 칩 설계에서 '대충 맞는' 답은 쓸모가 없죠. 그래서 범용 모델의 추론 능력에 시놉시스가 수십 년간 쌓은 도메인 지식, 그리고 결과를 실제로 돌려보고 검증할 수 있는 EDA 도구를 묶는 게 중요해요. 코딩 에이전트가 테스트를 돌려보며 코드를 고치듯, AI가 시뮬레이터와 합성 도구를 직접 돌리고 그 결과를 보며 설계를 계속 다듬는 '에이전트' 방식이 이번 협업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어요. 구체적인 성능 수치나 제공 방식은 공식 발표문에서 함께 확인해보세요.
업계 맥락: 이미 시작된 'AI for EDA' 경쟁
사실 이 흐름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에요. 시놉시스는 2023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생성형 AI 기반 'Synopsys.ai Copilot'을 내놨고, 그 뒤로 설계 작업을 스스로 해내는 AI 에이전트 비전도 꾸준히 밝혀왔어요. 경쟁사 케이던스는 강화학습 기반 설계 최적화 도구 Cerebrus와 JedAI 플랫폼으로 맞서고 있고요. 엔비디아는 사내 칩 설계 데이터로 LLM을 특화 학습시킨 ChipNeMo 연구를, 구글은 강화학습으로 TPU 칩 배치를 설계한 AlphaChip을 공개한 적이 있어요.
OpenAI 쪽 사정도 흥미로워요. OpenAI는 브로드컴과 함께 자체 AI 칩 개발을 추진하고 있거든요. AI 모델을 돌릴 칩을 다시 AI로 설계하는 선순환을 노리는 셈이죠.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에서 세계적인 위치에 있고, 퓨리오사AI나 리벨리온 같은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도 활발해요. 반면 설계 인력 부족은 업계가 오래 호소해온 문제예요. AI가 검증과 반복 작업을 덜어준다면 적은 인원으로도 더 빠르게 칩을 만들 수 있게 되겠죠. 다만 설계 데이터는 회사의 핵심 자산이라, 국내 기업들은 보안과 데이터 외부 반출 문제를 꼼꼼히 따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도 남 얘기는 아니에요. 하드웨어 설계도 점점 '코드를 쓰고, 테스트하고, AI와 협업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닮아가고 있거든요. 관심이 있다면 오픈소스 시뮬레이터 Verilator, 합성 도구 Yosys, 자동 배치·배선 도구 OpenROAD로 작은 회로부터 직접 만들어보세요. 생각보다 시작하기 어렵지 않아요.
마무리
한 줄 정리: GPT-Synopsys는 'AI 코딩 도구'가 반도체 설계라는 가장 보수적인 영역까지 들어왔다는 신호예요.
수천억 원이 걸린 칩 설계에서, AI가 만든 코드를 여러분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 같나요? 검증까지 AI에게 맡기는 날이 올까요?
🔗 출처: Hacker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