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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왜 세계에서 가장 느릴까

LA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왜 세계에서 가장 느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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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본 사람이라면 미국 LA 지하철역을 빠져나올 때 유난히 답답함을 느낀다. 이는 단순한 체감의 문제가 아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LA 메트로의 설계 사양은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분당 90피트(약 0.457m/s)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조사 대상에 오른 거의 모든 사례보다 느리다. 게다가 이런 저속 경향은 LA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대중교통 에스컬레이터 전반이 세계 여러 지역보다 낮은 속도 제한 아래 운영된다는 점에서 구조적이다.

분석은 58개국 139개 도시의 에스컬레이터 관련 규정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139개 도시의 실제 속도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허용되는 최고 한도를 비교한 뒤 확인 가능한 곳에 한해 실제 운영 속도를 별도로 살폈다는 것이다. 그 결과 LA 메트로가 사양으로 정한 분당 90피트는 목록에 오른 모든 도시의 법적 허용치보다도 낮았다. 반면 홍콩 MTR 역의 에스컬레이터 대부분은 0.75m/s, 즉 분당 약 148피트로 움직인다. LA 사양보다 약 64% 빠른 셈이다.

느린 속도가 쌓는 시간

속도 차이는 개인의 몇 초로 그치지만, 시스템 전체로 합산하면 규모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시빅 센터/그랜드 파크 역의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오르는 높이를 기준으로 하면, LA의 사양 속도로는 가만히 서서 약 87초가 걸리지만 홍콩의 통상 속도라면 약 53초면 된다. 분석은 메트로가 밝힌 115개 역, 171대의 역내 에스컬레이터 가운데 지하 27개 역에 초점을 맞췄다. 공공기록 응답으로 확보한 2026회계연도 이용객 수치를 대입하면, 평일 하루 약 30만 분, 연간 약 170만 시간이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소비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 수치는 여러 과감한 가정 위에 서 있다. 모든 지하역이 시빅 센터만큼 깊고, 모든 에스컬레이터가 분당 90피트로 돌며, 승객 전원이 오갈 때 서서 에스컬레이터만 탄다고 전제했다. 실제로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쓰거나 걸어 올라가는 사람도 많고 환승은 이용객 집계를 복잡하게 만들며 지상역은 아예 제외됐다. 따라서 실측이 아닌 개략적 모델로 봐야 한다. 이 전제 아래에서 홍콩 속도를 따라잡으면 평일마다 약 11만9,000분, 연간 약 67만 시간이 절약되고, 두 지하역을 매 근무일 오가는 통근자 한 명 기준으로는 연간 약 9.5시간이 돌아온다.

그냥 속도를 올릴 수 없는 이유

문제는 운영자가 마음대로 속도를 높일 수 없다는 데 있다. 속도는 안전 규정이 정한 한도 안에서만 선택된다. 조사 대상 도시 대부분은 두 가지 주요 표준 또는 그 국가별 변형을 따른다. 유럽 표준은 경사 30도까지 0.75m/s를 허용하지만, 미국 표준은 분당 100피트(약 0.508m/s)로 제한한다. 캘리포니아도 신규 설치와 속도 변경에 이 100피트 한도를 적용한다. 메트로의 90피트는 이 상한보다도 다시 10% 낮은 값이다. 흥미롭게도 같은 LA 안에서도 LAX 공항은 분당 100피트를 온전히 사양으로 정해, 지하철보다 11% 빠르다.

메트로를 미국 최고 한도까지만 끌어올려도 모델상 이용 시간의 10%, 평일 약 3만 분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이런 변경을 시스템 전체에 적용하는 데 드는 신뢰할 만한 비용 추정치는 없으며, 홍콩 수준을 맞추려면 규정 한도뿐 아니라 기존 설비가 더 높은 속도를 견딜 수 있는지까지 따져야 하는 더 큰 사업이 된다. 게다가 빠른 것이 모든 이용자에게 항상 좋은 것도 아니다. 싱가포르 교통 기술진은 0.75m/s에서 계단 진동이 0.5m/s 때보다 거의 두 배로 측정됐다고 밝혔고, 그래서 출퇴근 혼잡 시간에는 빠른 설정을, 비혼잡 시간에는 느린 설정을 쓴다. 속도는 안전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가장 기묘한 대목은 LA 자신의 기록 보관소에 있었다. 초기 지하철 설계 규정은 에스컬레이터가 분당 90피트와 120피트 양쪽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120피트라면 시빅 센터 구간은 87초가 아닌 약 66초로 줄어든다. 그러나 실제로 설치된 설비가 120피트로 운행한 적이 있는지, 이 요구가 언제 왜 사라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규정이 2000년에 최고 속도를 125피트에서 100피트로 낮춘 사실은 있지만, 그것이 메트로의 결정과 직접 연결된다는 근거는 없다. 한때 더 빠른 선택지를 명시했던 계획과 이후의 규정집 사이 어디선가 그 선택지가 사라진 것이다.

한 가지 단서는 최근 정정 보도에서 나왔다. 원래 기사는 메트로 에스컬레이터가 분당 90피트로 '운행한다'고 썼지만, 90피트는 어디까지나 설계 사양이 요구하는 속도다. 한 독자가 비교적 신형인 쉰들러 에스컬레이터 두 대를 측정한 결과 분당 98.4피트로, 미국 상한에 살짝 못 미치는 값이 나왔다. 적어도 일부 설비는 자신의 사양보다 빠르게 돌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규정과 사양, 그리고 실제 설정값이 제각각 어긋나 있는 상황이며,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세팅돼 있는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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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basin.la/articles/ninety-feet-a-minut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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