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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 "올해 유럽 매출 0%"…보조금보다 수요가 문제다

ASML "올해 유럽 매출 0%"…보조금보다 수요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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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공급하는 ASML은 시가총액 약 6,600억 달러로 유럽 최대 상장 기업이다. 그러나 정작 유럽 대륙에서의 매출은 사실상 사라졌다. ASML 공공정책 담당 부사장 프랑크 헤임스케르크는 네덜란드 문화·정치 토론장 데 발리(De Balie)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서 "우리는 유럽에서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투자자에게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이 ASML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2%, 2023년 4%, 2024년 5%, 2025년 1%로 이미 하락세였고, 2026년 상반기 두 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0%까지 떨어졌다.

헤임스케르크가 지목한 원인은 명확하다. 유럽에 신규 칩 공장이 지어지지 않고, 이 고도로 특화된 장비를 살 수요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EU)이 공급 측면, 즉 새 팹 건설에 자본을 투입해 투자를 유치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런 보조금 전략은 인텔을 붙잡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ASML의 제안은 방향을 바꾸자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유럽산 칩에 대한 수요를 결집하고 보장해 주면, 대형 수요 기업들이 역내 조달을 늘리고 그 결과 제조사들이 유럽에 팹을 짓거나 확장할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는 논리다. 그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도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특히 산업용 인공지능 같은 분야에 기회가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는 죽지 않은 유럽 반도체 산업

다만 원문 필자는 이 진단이 다소 비관적이라고 지적한다. 유럽 곳곳에서 대형 팹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인텔은 아일랜드 레익슬립 인근의 Fab 34에서 인텔 4·인텔 3 공정 기반 CPU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50억 유로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TSMC·보쉬·인피니언·NXP가 참여한 ESMC는 드레스덴 인근에 약 150억 유로 규모의 신규 팹을 짓고 있는데, 12/16nm급 핀펫과 22/28nm 평면 공정으로 자동차용 칩을 주로 생산한다. 인피니언은 2026년 7월 드레스덴에 50억 유로 규모의 스마트 파워 팹을 열어 해당 부지의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렸고, 글로벌파운드리스도 올해 3월 드레스덴 Fab 1의 22FDX·eNVM·BCD 공정 증설에 착공했다.

결국 ASML은 앞으로도 수년간 유럽 기업에 장비를 팔 수 있으며, 역내 반도체 산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시설들이 대부분 다국적 기업(때로는 현지 기업과의 협업)에 의해 세워진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유럽만의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산업의 일반적 흐름에 가깝다. 투자 규모 자체는 크지만, 수백억 달러 단위가 투입되는 대만·한국·미국·일본의 프로젝트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편이다.

ASML에게 진짜 아픈 지점

한국 IT 실무자 입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매출 0%라는 헤드라인보다 그 아래 깔린 구조적 사실이다. 현재 유럽에서 추진되는 팹 가운데 EUV, 나아가 High-NA EUV 노광을 쓰는 최첨단 라인은 하나도 없다. 유럽 팹들이 쓰는 장비는 성숙 공정용으로, 고가의 EUV나 이머전 DUV 스캐너보다 훨씬 저렴하다. 더 정교하고 비싼 장비를 팔고 싶은 ASML로서는 매출액이 0이라는 사실만큼이나 제품 믹스가 저가 쪽에 몰려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즉 유럽에서 팹이 늘어나도 ASML의 최고 마진 제품 수요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근본적 한계는 밸류체인의 분절이다. 아일랜드나 ESMC에서 만든 첨단 실리콘조차 패키징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실려 나간다. 유럽 기업들은 정교한 칩을 처음부터 끝까지 역내에서 완성할 능력을 대체로 잃은 상태다. 이렇게 되면 '유럽산(Made in Europe)' 칩에 대한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전략적 명분도 약해진다. 설계도, 생산도, 조립도 온전히 유럽에서 이뤄지지 않는 칩을 두고 수요를 조직하는 일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종합하면 ASML의 호소는 단순한 엄살이 아니라 유럽 반도체 정책의 초점을 공급 보조금에서 수요 창출로 옮기라는 요구다. 그러나 첨단 노드와 후공정이 여전히 아시아·미국에 집중된 현실에서, 수요를 유럽 안에서 결집하려는 시도가 실제로 High-NA 세대의 장비 판매나 완결형 공급망 구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반도체 수요와 공급망 재편을 지켜보는 국내 기업이라면, 유럽의 팹 투자 뉴스를 '첨단 경쟁 복귀'로 곧바로 해석하기보다 성숙 공정 중심의 지역화 흐름으로 구분해 읽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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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tomshardware.com/tech-industry/semiconductors/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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