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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신 쓴 글을 우리는 왜 읽지 않게 되는가

AI가 대신 쓴 글을 우리는 왜 읽지 않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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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글쓰기가 빨라지고 쉬워졌다. 예전에는 좀처럼 직접 글을 쓰지 않던 사람들까지 이제 방대한 설계 제안서와 사업 계획, 문서, 발표 자료, 티켓, 풀 리퀘스트, 블로그, 회의 요약을 쏟아낸다. 문제는 그 글의 대부분이 읽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엔지니어이자 작가인 콜린 브렉(Colin Breck)은 최근 에세이에서 이 역설을 정면으로 다룬다. AI는 자신의 글쓰기를 분명히 개선했지만, 정작 AI가 쓴 글을 읽는 일에는 지쳤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단순하다. 앞으로 사람이 의도를 담아 직접 쓴 글의 가치가 오히려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요약이 제안을 대체할 때

브렉이 지적하는 전형적 패턴이 있다. 먼저 AI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다음 AI를 시켜 이미 만든 결과물을 사후에 설계 문서로 요약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나온 설계 문서는 더 이상 합의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하며 느린 사고를 통해 아이디어를 다듬는 제안서가 아니다. 맥락도 관점도 없이 기계가 만들어낸, 지치도록 상세한 요약일 뿐이다. 이미 동작하는 것을 사후에 정리한 문서이기에 독자가 몰입하기 어렵고, 정작 작성자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조급해한다.

풀 리퀘스트 요약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무엇으로 바꿨고, 어디를 나누고 합쳤으며, 어디에 테스트를 추가했는지가 빼곡하다. 그러나 정작 독자가 알고 싶은 것—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얼마나 위험하고 급한지, 어디에 검토 의견을 달아야 하는지—은 빠져 있다. 세부 정보는 넘치지만 맥락이 없는, '문맥 바깥의 진술'만 남는다. 티켓이나 회의 요약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

맥락의 비대칭

브렉이 짚는 핵심은 '맥락의 비대칭'이다. 프롬프트를 직접 던진 사람은 제약을 설정하고 소스 코드, 로그, 통계 같은 자료를 제공하며 출력이 나오는 과정에 참여했다. 그래서 결과물을 훑어보며 무엇이 유효하고 무엇이 틀렸는지 빠르게 걸러낼 수 있다. 하지만 그 텍스트를 그대로 받은 사람에게는 그 맥락이 없다.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모든 줄을 빠짐없이 읽으며 기계의 내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읽기를 멈추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신시아 던롭이 공유한 설문에서 독자의 78%는 글이 AI로 쓰였다고 느끼면 읽기를 멈추고, 71%는 그 작성자를 향후 피한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98%가 결함과 특유의 버릇이 있더라도 사람이 직접 쓴 글을 선호했다.

저자가 실제로 AI를 쓴 방식

흥미로운 것은 브렉 자신이 AI를 배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학술 논문을 쓰며 AI를 광범위하게 활용했지만 단 한 줄도 AI가 쓰게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논문은 LaTeX로 직접 작성하되, 저널 스타일 가이드와 기존 게재 논문, 대상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와 운영 로그·지표를 AI에 맥락으로 제공했다. 한 문단을 쓰고 나면 AI에게 소스 코드나 설정을 참조해 내용이 정확한지 검증하게 했고, 그사이 다음 문단을 이어 썼다. 어느 컬럼에 인덱스가 걸렸는지, Parquet 파일의 행이 어떻게 정렬됐는지 같은 사실 확인에 유용했고, 전문가 리뷰어 네 명이 놓친 미묘한 표기 오류까지 잡아냈다.

반대로 맥락을 주고 AI에게 문단 자체를 쓰게 하는 시도는 단 한 번도 유용하지 않았다고 그는 단언한다. 읽기 불편했고 부정확한 경우가 많았다. 예외는 초록(abstract)이었다. 논문에서 가장 건조하고 기계적이며 가장 추상화된 부분인 초록은 AI가 훌륭하게 써냈고, 그는 손대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 AI가 요약과 추상화, 재표현에 강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놀랄 일은 아니다.

실무자를 위한 함의와 한계

이 글이 한국의 IT 실무자에게 주는 메시지는 실용적이다. AI는 검증, 인용 정리, 맞춤법·문장 다듬기, 다이어그램 생성처럼 저자가 흐름을 유지하도록 돕는 보조 도구로 쓸 때 위력을 발휘한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읽힐 목적의 글, 특히 설득과 합의가 필요한 문서를 통째로 생성하게 하는 순간 '읽는 이와의 사회적 계약'이 깨진다. 브라이언 캔트릴의 표현대로, 작성자조차 공들이지 않은 문장을 독자가 애써 해독해야 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Oxide는 사내 공개 글이 AI 탐지 도구 Pangram에서 사람 작성으로 판정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이 주장에도 한계와 유의점은 있다. 브렉이 인용한 무라트 데미르바쉬의 지적처럼 LLM 글쓰기의 품질이 정체됐다는 견해는, 프로그래밍이나 수학과 달리 글쓰기에는 명확한 정답과 검증 가능한 출력을 정의하기 어렵다는 관찰에 기반한 것이지 기술적 상한이 증명된 것은 아니다. 모델 개발은 아직 초기이며, 현재 모델들이 창의성보다 사실성과 정확성에 맞춰 훈련됐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ASD-STE100 같은 통제 언어 표준은 설치 안내서나 런북처럼 명료함이 최우선인 문서에 적합할 뿐 모든 글쓰기에 통하지는 않는다. 운영과 장애 대응, 제품 개발, 성능 엔지니어링처럼 불확실성과 발견의 서사가 결론만큼 중요한 영역에서는, 세부 정보의 양이 곧 의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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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전체 보기 → https://blog.colinbreck.com/i-dont-want-to-read-what-you-d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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