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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개발자에게 던지는 질문: 우리가 사랑한 건 코드였을까

기술에 밀려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요즘 개발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프랑스 시골 마을 망드르앙바루아(Mandres-en-Barrois)에서 자란 한 개발자는 자신의 고조부 이야기를 꺼낸다. 고조부는 말에 편자를 박고 농부들의 수레를 고치던 편자공, 즉 대장장이였다. 어느 날 옆 마을을 지나는 자동차를 보았거나 신문에서 자동차 기사를 읽은 뒤, 그는 머지않아 정비사가 되었다. 그 이후 집안의 남자들은 대대로 정비사의 길을 걸었다. 말에서 엔진으로, 다루는 기술은 바뀌었지만 '사람들의 이동을 돕는다'는 일의 목적은 그대로 남았다.

이 글이 한국의 IT 실무자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지금 수많은 개발자가 매일 아침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를 자문하는 상황과 정확히 겹치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자기 가족 중 누군가가 자신보다 먼저 똑같은 의심을 품었다는 사실에서 묘한 위안을 얻는다고 말한다. 불안의 내용은 달라도 구조는 반복된다는 통찰이다.

혁명은 늘 '옆집'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AI를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변혁이라 부르며, 지금의 전환이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사건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수사는 트랙터가 밭으로 들어오는 광경을 지켜본 농부들, 자동차가 들어오는 것을 본 편자공을 지워버린다. 당시에도 혁명은 종종 바로 옆집에서, 이웃의 생계를 때리며 시작됐다. 그들에게는 아침부터 불안을 증폭시킬 소셜 미디어 타임라인이 없었을 뿐, '도대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과 최악의 상상은 똑같이 존재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고조부가 겪었을 번민은 완전히 잊혔다는 사실이다. 글쓴이의 가족에게 정비소는 마치 처음부터 집안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그의 아버지는 그 일을 대대로 물려받은 천직처럼 사랑했다. 마을의 어떤 가족이 지금도 같은 밭을 일구듯, 이 가족은 '이동을 돕는다'는 동일한 목적을 지켜왔다. 전환기의 고통은 지나고 나면 연속성의 서사로 덮인다.

생존자 편향이라는 솔직한 단서

글쓴이는 중요한 단서를 스스로 붙인다. 모든 편자공이 정비사가 된 것은 아니며, 전환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애초에 기록되거나 전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고조부의 성공담 하나로 '기술 전환은 결국 잘된다'를 증명할 수는 없다는 솔직한 인정이다. 실무자 입장에서 이 대목은 중요하다. 낙관적 서사는 대개 살아남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며, 전환의 비용과 실패 사례는 통계에서 조용히 사라진다. AI 시대의 직업 전환을 이야기할 때도 이 생존자 편향을 함께 봐야 균형 잡힌 판단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다. 우리가 이 일에서 사랑했던 것이 정말 '코드' 그 자체였을까. 글쓴이는 많은 개발자가 코딩이라는 행위 자체보다 무언가를 만들고, 문제를 풀고, 자신이 만든 것을 사람들이 쓰는 모습을 보는 데서 더 큰 기쁨을 느낀다고 본다. 실제로 상당수는 코드를 배우기도 전에 게임이나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어서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욕망이 기술보다 먼저 왔다는 것이다.

'어떻게'를 놓고 '왜'를 쥐어라

결론은 간결하다. '어떻게(how)'를 기꺼이 놓아줄 수 있어야 '왜(why)'를 붙들 수 있다는 것이다. 편자공이 말을 포기하고도 '이동을 돕는다'는 목적을 지켰듯, 개발자도 특정 언어나 작성 방식, 손으로 코드를 짜는 행위 자체에 정체성을 묶어둘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다. 이는 AI가 코드 생산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게 될 때, 자신의 가치를 어디에 재배치할지에 대한 실용적 힌트가 된다.

다만 이 글은 데이터나 처방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가족사에 기댄 에세이라는 한계를 분명히 안고 있다. 목적만 붙들면 전환이 보장된다는 식으로 읽으면 곤란하다. 현실에서는 어떤 '왜'가 시장에서 여전히 값을 쳐주는지, 전환 비용을 누가 감당하는지가 함께 따라붙는 문제다. 그러나 매일의 불안 속에서 자신이 이 일을 시작한 이유를 다시 묻게 한다는 점에서, 기술 변화를 직업의 소멸이 아니라 도구의 교체로 바라보는 관점 하나쯤은 챙겨둘 만하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manuel.darcemont.fr/posts/the-last-time-my-family-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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