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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 XP 상자 안에 진짜 윈도우 XP PC를 넣다: 2003년 Mini-ITX 케이스 모딩의 기록

작은 윈도우 XP 머신 한 대가 필요했던 어떤 제작자는 통상적인 케이스 대신 뜻밖의 선택을 했다. 소프트웨어 '윈도우 XP'가 담겨 있던 종이 패키지 상자 안에 실제로 동작하는 XP PC를 넣기로 한 것이다. 외형 치수는 243mm×200mm×48mm에 불과했다. 말장난 같은 발상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소형 폼팩터(SFF) 컴퓨팅에서 부피와 열, 조립성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Mini-ITX.com에 정리된 이 2003년 기록은 지금의 미니 PC 설계 관점에서 다시 읽을 만하다.

종이 상자를 케이스로 삼는다는 제약

제작자는 Mini-ITX 보드를 고른 이유를 '작은 기기에는 당연한 선택'이라고만 밝혔다. 다행히 내장 플로피 드라이브가 더는 필요 없었는데, 만약 있었다면 이 도전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그는 적었다. 실제로 부품을 늘어놓고 보니 좁은 공간에 비해 넣어야 할 조각이 너무 많아 한 번은 포기할 뻔했다고 한다. 애초에 가능성을 가늠할 때 재어 본 어도비 아크로뱃 상자보다 윈도우 XP 상자가 두께로 3mm, 폭으로 12mm가 더 작았다는 점이 문제를 키웠다.

핵심 작업은 부품을 3차원 직소 퍼즐처럼 배치한 뒤, 그것들을 제자리에 고정할 내부 지지 구조를 만드는 일이었다. 배치를 확정했을 때 남는 여유는 긴 내부 치수 방향으로 6mm, 두께 방향으로 3mm뿐이었고, 이 수치에는 내부 지지 케이스의 두께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다시 말해 지지 구조를 넣는 순간 여유는 사실상 사라지는 상황이었다.

소재 선택이 곧 안전 설계였다

내부 지지 케이스의 재료로는 '원더보드(Wonderboard)'라는 플라스틱이 쓰였다. 적당히 튼튼하면서 스탠리 나이프로 잘릴 만큼 가공이 쉽다는 이유였다. 제작자는 알루미늄을 쓰고 싶었지만, 워낙 빽빽한 설계라 합선 위험이 너무 컸다고 설명한다. 성능이나 미관이 아니라 단락 사고 회피가 소재 선택의 결정적 기준이 되었다는 대목은, 밀집도가 극단으로 올라간 소형 시스템에서 전기적 절연이 얼마나 예민한 문제가 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첫 단계는 상자 내부와 정확히 같은 크기의 바닥판을 잘라 부품 자리를 재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더보드 두께가 3mm였던 탓에, 두 방향에서 남아 있던 여유가 그대로 0으로 줄었다. CD 드라이브는 지지 케이스 한쪽 면에 닿고, 드라이브의 두꺼운 부분은 메인보드 방열판에 닿되 얇은 부분이 그 위로 겹치도록 했다. 반대편에서는 사운드 커넥터 윗면이 지지 케이스에 닿고 메인보드 밑면이 종이 상자에 닿았다. 하드디스크는 사용하지 않는 PCI 슬롯 위 공간을 이용해 메인보드 아래로 밀어 넣었고, 남은 유일한 자리인 하드디스크 위쪽에 전원부(PSU)를 두되 부피가 큰 커넥터들이 CD 쪽 아래를 향하게 배치했다. 밀리미터 단위로 부품의 요철까지 계산해 맞물린, 말 그대로 입체 퍼즐이었다.

좁을수록 발열이 문제다

조립은 방열판이 CD 드라이브의 단차에 닿도록 위치를 잡은 뒤 지지 케이스를 세우는 순서로 진행됐다. 많은 절단과 접착제 반 통을 들여 메인보드 세 모서리와 전원부를 받치는 기둥, CD와 하드디스크를 잡아 주는 브래킷을 만들었다. 이렇게 촘촘한 설계에서 냉각은 당연한 걱정거리였다. 제작자는 케이스의 대각선 두 모서리에 팬 장착부를 두고, CPU를 식히기 위해 케이스 측면에 구멍을 뚫은 뒤 판을 덧대 덕트를 만들어 CPU 팬이 바깥의 찬 공기만 빨아들이도록 했다. 나머지 두 팬은 배기용이었다. 수많은 구멍을 일일이 뚫는 대신 금속 스피커 그릴을 앵글 그라인더로 잘라 팬 가드를 만들었다는 대목에서는 정밀 공작보다 손맛 좋은 공구를 택한 아마추어 제작자의 성격이 드러난다.

오늘의 실무자에게 이 프로젝트는 향수 이상의 의미가 있다. 흡기 경로를 물리적으로 격리해 찬 공기만 CPU에 공급하는 덕팅, 흡기와 배기를 대각선으로 분리한 공기 흐름 설계, 밀집 환경에서 도전 재료 대신 절연 재료를 택한 판단은 규모만 다를 뿐 오늘날 미니 PC와 서버 밀집 설계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원칙이다. 성능 수치나 부품 사양이 자세히 남아 있지 않고 한 사람의 손재주에 기댄 일회성 제작이라는 점은 명백한 한계지만, 부피·발열·조립성이 서로를 잠식하는 트레이드오프를 이만큼 직관적으로 압축해 보여 주는 자료도 드물다. 종이 상자 하나가 20여 년의 시차를 넘어 소형 시스템 설계의 기본기를 다시 상기시킨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mini-itx.com/projects/windowsxp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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