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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픽셀아트가 CRT 모니터에서 다르게 보였던 진짜 이유, 그리고 흔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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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디 게임에서 픽셀아트 스타일이 정말 많이 보이죠. 그런데 이 픽셀아트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80~90년대 게임 화면을 요즘 모니터에서 그대로 띄워보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스웨덴의 레트로 컴퓨팅 블로거 datagubbe가 쓴 'The Effect of CRTs on Pixel Art'라는 글이 바로 이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옛날 픽셀아트는 CRT 모니터, 그러니까 뒤가 불룩한 브라운관 화면에서 보는 걸 전제로 그려졌고, 지금 우리가 LCD에서 보는 모습은 원래 작가가 봤던 그림과 꽤 다르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글이 재밌는 건, 'CRT가 픽셀아트를 마법처럼 예쁘게 만들어줬다'는 흔한 이야기도 절반은 오해라고 짚어준다는 점이에요.

CRT 화면은 픽셀을 어떻게 보여줬을까

먼저 CRT가 뭔지부터 짚고 갈게요. CRT는 전자총에서 쏜 전자빔이 화면 안쪽에 발린 형광 물질을 때려서 빛을 내는 방식이에요. 요즘 LCD나 OLED는 화면이 아주 작은 네모난 픽셀 격자로 딱딱 나뉘어 있어서 픽셀 하나하나 경계가 칼같이 선명한데, CRT는 그 경계가 흐릿하게 번져요. 전자빔 자체가 부드러운 점이고, 형광 물질이 빛을 낼 때 살짝 퍼지거든요.

그래서 생기는 효과가 몇 가지 있어요. 첫째, 옆 픽셀끼리 색이 살짝 섞여요. 둘째, 화면 가로줄 사이에 어두운 틈, 이른바 스캔라인이 보여요. 이게 뭐냐면, 당시 게임기나 홈컴퓨터가 내보내던 저해상도 신호는 화면의 줄을 한 칸씩 띄워서 그리는 식이었는데, 그 비워둔 줄이 어두운 선으로 보였던 거예요. 셋째, 밝은 부분의 빛이 주변으로 퍼지는 블룸 현상이 있었고요.

당시 픽셀 작가들은 이런 특성을 알고 그림을 그렸어요. 대표적인 게 디더링인데요. 이게 뭐냐면, 색을 256개밖에 못 쓰거나 심하면 16개밖에 못 쓰던 시절에 두 색을 체크무늬처럼 번갈아 찍어서 중간색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이에요. 빨강과 파랑을 바둑판처럼 찍으면 CRT에서는 살짝 번지면서 보라색 비슷하게 보이거든요. 그런데 이걸 요즘 LCD에서 픽셀 하나하나 선명하게 띄우면 그냥 빨강 파랑 체크무늬로 보여요. 작가 의도와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거죠.

그런데 '모든 CRT가 다 흐릿했다'는 건 오해

여기서 이 글이 흔한 이야기와 갈라지는 부분이 나와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CRT 대 LCD' 비교 이미지들을 보면 CRT 쪽이 엄청 부드럽고 번진 모습으로 나오는데, 사실 그건 어떤 방식으로 연결했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는 거예요.

당시 화면 연결 방식은 크게 세 가지였어요. RF 방식은 TV 안테나 단자에 꽂는 거라 화질이 가장 나빴고, 컴포지트 방식은 노란색 단자 하나로 색 정보와 밝기 정보를 한꺼번에 보내서 색이 서로 번지는 현상이 심했어요. 반면 RGB 방식은 빨강 초록 파랑 신호를 따로 보내서 꽤 선명했거든요. 글쓴이는 아미가 컴퓨터 쪽 사람인데, 아미가 유저들이 많이 쓰던 코모도어 1084 같은 RGB 모니터에서는 픽셀이 꽤 또렷하게 구분됐다는 걸 실제 사진과 함께 보여줘요. 즉, 당시 작가들이 작업하던 환경은 생각보다 선명했고, '뿌옇게 번져서 아름다웠다'는 이미지는 가정에서 TV에 컴포지트로 연결해서 보던 콘솔 게임의 경험에 더 가깝다는 거죠.

특히 흥미로운 사례가 있어요. 초기 IBM PC의 CGA 그래픽은 컴포지트 신호의 색 번짐을 일부러 이용해서 원래 4색밖에 안 되는 화면에서 16색 이상을 뽑아내는 기법이 있었어요. 이건 그 특정 연결 방식에서만 나오는 색이라서, 선명한 RGB 모니터로 보면 오히려 이상한 줄무늬로 보여요. 같은 데이터인데 어떤 화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그림이 되는 셈이에요.

또 하나 중요한 게 화면 비율이에요. 예를 들어 320x200 해상도를 4:3 비율 화면에 꽉 채워서 보여주면 픽셀 하나가 정사각형이 아니라 세로로 살짝 긴 직사각형이 돼요. 그런데 요즘 에뮬레이터나 리마스터에서 픽셀을 정사각형으로 띄우면 캐릭터가 원래보다 납작해 보여요. 당시 작가들은 세로로 긴 픽셀을 전제로 그렸는데 말이죠.

요즘 CRT 필터는 뭐가 문제일까

그래서 요즘 레트로 게임 재발매나 에뮬레이터에는 CRT 셰이더라는 게 들어가요. 이게 뭐냐면, GPU에서 실행되는 작은 프로그램으로 스캔라인, 번짐, 화면 휘어짐 같은 걸 흉내 내는 필터예요. 문제는 이 필터들이 종종 효과를 과장하거나, 원래 그 게임이 나왔던 환경과 다른 종류의 CRT를 흉내 낸다는 거예요. RGB 모니터에서 작업된 아미가 게임에 컴포지트 TV 스타일의 뿌연 필터를 씌우면 오히려 원본과 멀어지는 셈이죠. 글쓴이는 실제 CRT 사진과 에뮬레이터 화면, 셰이더 적용 화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서, 정답은 하나가 아니고 어떤 환경을 재현하고 싶은지 먼저 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한국 개발자에게 주는 시사점

유니티나 고도로 픽셀아트 게임을 만드는 분들이 요즘 정말 많은데요. 이 글에서 배울 점이 몇 가지 있어요. 우선 픽셀아트를 화면에 띄울 때는 정수 배율로 확대해야 픽셀이 고르게 보여요. 2배, 3배처럼 딱 떨어지는 배율이 아니면 어떤 픽셀은 2칸, 어떤 픽셀은 3칸이 되어 울퉁불퉁해지거든요. 그리고 디더링을 쓸 거라면 LCD에서는 번지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써야 해요. 요즘 픽셀아트에서 디더링을 중간색 대신 질감 표현용으로 쓰는 게 그런 이유예요. 마지막으로 CRT 필터를 옵션으로 넣는다면, 어떤 시대의 어떤 화면을 재현하는 건지 스스로 알고 넣는 게 좋아요. 레트로 감성이라는 게 사실 굉장히 구체적인 기술 조건의 결과물이거든요.

마무리

한 줄로 정리하면, 픽셀아트는 화면 기술과 한 몸으로 만들어진 예술이고, 그 화면이 바뀐 지금 우리가 보는 건 원본의 한 가지 해석일 뿐이라는 거예요. 여러분은 레트로 게임을 할 때 CRT 필터를 켜는 편인가요, 아니면 선명한 픽셀이 더 좋으세요? 픽셀아트 게임을 만들어본 분들은 이 화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도 궁금하네요.


🔗 출처: Hacker News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datagubbe.se/c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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