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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을 대신 하는 사람: 조직을 움직이는 5%의 정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블로거인 요세프 크라이닌(yosefk)이 "모두의 일을 대신하기(Doing Everyone Else's Job)"라는 글을 통해, 조직 안에서 자기 직무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 왜 실질적으로 중요한지를 논한다. 그의 주장은 단순한 근면 예찬이 아니다. 남의 직무를 대신 수행하는 행위가 조직의 성과가 실제로 달성되는 숨은 경로이며, 동시에 개인에게도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다소 냉정한 관찰에 가깝다.

그가 드는 대표적인 사례는 인텔이다. 인텔이 첫 32비트 CPU를 만들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컴파일러에 그 CPU 지원을 넣어주기를 기다리는 대신 인텔 사람들이 직접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파일러에 지원 코드를 추가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당시 인텔 팀에 있던 사람을 직접 만났다고 밝힌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인텔이 그 일을 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돕는 자선이었는가, 아니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에 올라타 자신이 이득을 보기 위함이었는가. 남의 시스템에 손을 대는 일을 '요청받지도 않은 직장 내 자선'으로 여겨 거부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의 답은 명백히 후자다.

계획 프로세스를 우회하는 실무 기술

필자는 이 원리를 관리와 협업의 현실에도 적용한다.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관리하지 않는 관리자가 있어도, 그 아래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 사실상의 관리를 해낼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관리'라 부르거나 공을 가로채지 않는 선에서다. 조직도상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만 따르면 된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터득한 사람이 많지만, 끝내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을 굳이 벌하지 않는 관리자도 대부분이라, 결국 함께 일할 사람은 남아 있다.

기능 추가에 관한 대목은 특히 실무자에게 익숙하게 다가온다. 자신이 쓰는 제품에 필요한 기능이 있을 때, 그 팀의 스케일드 애자일(Scaled Agile) 계획 절차 안에 작업을 밀어넣는 것보다 직접 패치를 짜서 받아들이게 하는 편이 훨씬 쉬울 때가 많다. 이번 분기 계획은 물론 다음 분기까지 이미 확정되어 있고, 몇 주 뒤에야 그다음 분기 우선순위를 논할 수 있다는 식의 '잘 굴러가는' 절차 말이다. 다만 그는 최근 들어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덧붙인다. 잘 다듬은 패치조차 얼핏 보면 LLM이 무작위로 뱉어낸 결과물과 구분되지 않아, 신뢰 관계가 쌓이기 전까지는 병합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것이다.

20-80이 아니라 5%의 문제

필자는 흔히 말하는 '20%의 사람이 80%의 일을 한다'는 법칙을 넘어선다. 그가 보기에 이 모든 일이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원래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하지만 조직의 논리상 '정당한 이유'로 하지 않는 일을 대신 떠맡는 5% 미만의 사람들 덕분이다. 문제는 그 개별적으로 정당한 이유들이 누적되면 조직 전체를 확실한 죽음으로 몬다는 점이다. 그는 이런 손질이 필요할 만큼 나쁘지만 그것을 언젠가 알아줄 만큼은 건강한 조직, 즉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런 행동이 보상받는다고 본다. 알아주지도 못하는 조직이라면 이미 마지막 숨을 쉬는 중이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는 자신의 후회를 고백한다. 충분히 발을 들일 수 있었지만 '내 일과 멀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회피했던 영역들이 있었고, 남이 알아서 해줄 거라 믿었던 일이 결국 방치되어 예방 가능한 문제에 파묻히고 나서야 지루함이 사라졌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더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반대로 위험한 두 가지를 구분한다. 남의 일을 대신 해서 성사시키는 것과 달리, 이 둘은 '헤드카운트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선호되는 함정이다. 첫째는 사서 쓰거나 표준 무료 버전을 쓰는 대신 무엇이든 사내에서 자체 개발하는 경향이다. 지출 승인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인력 증원은 비교적 쉬운 조직에서 흔히 벌어진다. 둘째는 서비스를 전사적으로 중앙화하는 대신 부서마다 각자 만드는 방식이다. 부서장은 자기에게 보고하지 않는 조직에 의존할 일이 줄어 좋아하고, 그 위 임원은 중앙 부서가 실패했다는 주장의 진위를 따질 필요가 없어 좋아한다. 그러나 결과의 관점에서 보면 살 것인가 만들 것인가, 표준화할 것인가 제각각 갈 것인가는 사안마다 많은 세부를 파악해야 답할 수 있는 어려운 결정이라고 그는 못박는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초안을 검토한 댄 루(Dan Luu)의 논평을 인용하며 창업자 논의로 확장한다. 자기가 직접 해본 직무일수록 그 자리에 사람을 잘 뽑을 수 있다는, 여러 창업자가 말하는 통념이다. 신뢰하는 사람을 통해 같은 값을 얻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누구를 신뢰할지 자체를 틀리기 쉽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필자는 팀이 커질 때는 이 원리가 통하되, 조직이 수백 명 규모에 이르면 자신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직무를 가진 사람이 반드시 생기며, 독립된 회사라면 그 순간이 훨씬 빨리 온다고 본다. 결국 진짜 한계는 '내가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을 관리하는 보완적 능력의 부재라는 것이다. 자기 직무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유용한 습관이라는 주장과, 그 습관만으로는 조직 확장을 감당할 수 없다는 한계를 나란히 놓았다는 점에서 이 글은 자기 논리를 스스로 검증한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yosefk.com/blog/doing-everyone-elses-job.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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