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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시작된 보르헤스의 미로, 15년 만의 복원이 남긴 것

꿈에서 시작된 보르헤스의 미로, 15년 만의 복원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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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시작된 헌사

1979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재 영국 대사관 공보관이던 랜돌 코트(Randoll Coate)는 친구인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세상을 떠나는 꿈을 꾸었다. 1950년대에 두 사람을 소개했던 수사나 봄발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보르헤스의 단편 '갈림길의 정원(The Garden of Forking Paths)'에서 영감을 받아, 언젠가 그날이 오면 작가를 기리는 미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1986년 보르헤스가 사망한 뒤 코트의 설계는 아르헨티나에서 미로로 구현됐고, 반응이 좋자 작가의 미망인 마리아 코다마는 보르헤스가 아꼈던 장소들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그 자체로 구불구불한 미로 같은 도시 베네치아는 그중에서도 특별한 곳이었다.

열다섯 해를 견딘 정원

베네치아의 라비린토 보르헤스(Labirinto Borges)는 보르헤스 사망 25년째인 2011년 산조르조 마조레 섬에 문을 열었다. 풍화된 코르텐 강 골조가 외부 환경으로부터 미로를 보호하고, 그 안에서 짙은 초록의 회양목이 긴 선을 그리며 펼쳐진 책의 형상을 만든다. 각 '페이지'에는 작가의 성(姓)이 우아한 서체로 좌우 대칭을 이루며 얽혀 있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물음표, 지팡이, 한 쌍의 눈 같은 상징이 떠오른다. 조르조 치니 재단의 음악감독 페드로 메멜스도르프는 이 미로의 경계가 상징과 기호로 우리에게 왜 이것이 심겼는지를 기억하라 요청한다고 말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기념비라고 설명한다.

살아 있는 구조물의 유지보수

작가 사망 40년째인 올해, 라비린토 보르헤스는 PwC 이탈리아의 후원으로 전면 복원을 마치고 이번 주 다시 대중에게 공개됐다. 재단 사무총장 레나타 코델로는 이 미로를 식물이 타일처럼 살고 죽는 모자이크에 비유하며, 미로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언제나 살아 있고 현재진행형인 끊임없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번 작업에서는 죽거나 심하게 상한 회양목 165그루가 제거됐고, 초록을 유지하던 관개 시스템은 점검을 거쳐 결함이 발견된 곳을 수리했다. 손으로 일일이 잡초를 뽑고 토양을 갈아엎어 비료로 보강했으며, 1킬로미터가 넘는 구불구불한 길을 다듬어 다시 하나로 이었다.

코델로가 남긴 비유는 IT 실무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오래된 식물이 새로 심은 식물을 받아들일지는 장기 이식 후의 몸처럼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15년 동안 미로가 조금씩 변형된 것은 불가피했고, 이번 복원은 그렇게 누적된 드리프트를 원래 설계 의도에 맞춰 다시 정렬하는 과정이었다. 살아 있는 시스템은 배포 순간의 상태로 고정되지 않으며, 방치하면 엔트로피가 형태를 갉아먹는다. 죽은 개체를 걷어내고 공급 경로를 점검하며 토대를 다지는 정원사의 작업 순서는, 운영 중인 서비스를 손보는 엔지니어의 절차와 놀랄 만큼 닮아 있다. 한 번 잘 만든 것과 오래 살아 있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접근성이라는 마지막 손질

이번 복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탈리아 시각장애인연합과 협력해 미로 초입에 촉각 지도를 설치한 점이다. 보르헤스는 시력이 서서히 나빠져 55세에 완전히 실명했고 생의 마지막 몇 해를 어둠 속에서 보냈다. 그런 그를 기리는 미로에서, 방문객은 첫발을 내딛기 전에 손끝으로 전체 구조와 굽이를 먼저 더듬어 볼 수 있게 됐다. 이는 작가와의 또 다른 연결점인 동시에, 접근성이 완성된 결과물에 나중에 덧붙이는 장식이 아니라 설계의 의미를 완결하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보 구조를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른 감각으로 전달하려는 이 시도는, 화면 밖 사용자를 예외가 아닌 상수로 두는 포용적 설계의 오래된 원칙과 맞닿는다.

다만 이 복원의 성패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이식된 식물이 자리를 잡을지는 계절이 몇 번 바뀌어야 드러나고, 살아 있는 재료로 만든 구조물의 유지 비용과 손질은 끝나지 않는 숙제로 남는다. 완성이 곧 종료가 아니라 새로운 주기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이 정원은 한 번 세우고 잊는 기념비가 아니라 계속 돌봐야 비로소 존재하는 대상이다. 라비린토 보르헤스는 현재 대중에게 공개돼 있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www.wallpaper.com/design-interiors/labirinto-bor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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