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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이 없는 게임을 바꾸는 법: 뱀과 사다리 협동 리디자인

결정이 없는 게임을 바꾸는 법: 뱀과 사다리 협동 리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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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판촉물에는 흔히 주제에 맞춘 '뱀과 사다리' 게임이 실려 있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말을 옮기고, 특정 칸에 도착하면 앞으로 가거나 뒤로 밀리거나 한 번 더 던지는 등의 이벤트가 발생하는 그 게임이다. 판촉 주체가 알리고 싶은 대상을 숲, 물, 터널, 강아지 같은 아이 친화적 그림으로 꾸며 놓으면, 아이들은 그 길을 실제로 여행하는 듯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문제는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다. 원문 저자는 이 게임이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재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플레이어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이 문자 그대로 하나도 없고, n명이 참여하면 매번 n−1명의 패자가 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게임을 한국 IT 실무자가 읽을 만한 소재로 만드는 이유는, 이것이 곧 '규칙 설계'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순수 운으로만 결과가 정해지는 시스템에는 두 가지 결함이 있다. 첫째, 참여자에게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매 턴이 주사위 값에 종속되므로 플레이어는 관찰자에 가깝고, 저자 자신도 몇 턴을 넘기지 못하고 집중이 흐트러진다고 말한다. 둘째, 승패 구조가 제로섬이다. 승자 한 명을 위해 나머지 전원이 패배하는 설계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매 판이 좌절 경험이 된다. 이 두 결함은 소프트웨어의 UX나 협업 프로세스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사용자가 통제감을 느끼지 못하는 흐름, 그리고 소수만 성공하고 다수가 실패로 규정되는 평가 구조다.

협동으로 다시 짜기

저자의 리디자인은 두 축을 건드린다. 하나는 승패의 정의를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작위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선 게임을 개인전이 아니라 협동전으로 만든다. 모든 말이 결승점에 도달하면 팀 전체가 함께 이기고, 한 명이라도 낙오하면 팀 전체가 진다. 제로섬이 협력 목표로 바뀌면서, 아이 입장에서는 '함께 도착하기'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겨 오히려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이 저자의 관찰이다.

이동 방식도 주사위 대신 카드로 바꾼다. 에이스부터 6까지 여섯 장의 카드를 앞면이 보이게 늘어놓고, 말을 옮기기 전에 팀이 어떤 카드를 쓸지 상의한다. 선택한 카드는 뒤집어 사용 표시를 하고 해당 숫자만큼 이동하며, 다음 사람은 남은 카드 중에서 고른다. 여섯 장을 모두 쓰면 다시 전부 앞면으로 되돌려 재사용한다. 이 구조의 핵심은 마지막 한 장이 강제 이동이 된다는 점이다. 카드가 한 장만 남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앞서 순서를 논의해 두었다면 그 강제 이동조차 나쁘지 않은 수가 되도록 배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무작위성은 사라지고, 합이 정해진 자원(1부터 6까지)을 순서대로 배분하는 계획 문제로 성격이 바뀐다.

쉬운 난이도가 오히려 설계 의도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이 여전히 쉽다는 사실을 저자가 결함이 아니라 특징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판촉용 보드라면 팀이 큰 수읽기 없이도 뱀을 피하고 결승선에 닿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어른에게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최소한의 감각을 주기 때문에, 아무런 선택권도 흉내 내지 못하는 원래 게임보다 몰입을 유지하기가 조금 더 쉽다. 여기서 읽어야 할 실무적 함의는, 참여자의 개입감이 반드시 높은 난이도나 실제 통제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정의 외양, 즉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이탈을 늦출 수 있다. 온보딩 흐름이나 설정 마법사를 설계할 때 자주 마주치는 트레이드오프와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여기에 변주를 더하는 선택 규칙도 제안한다. 시작할 때 각자 하나씩 역할을 고르고, 그 역할에는 게임당 한 번 자기 턴 중에 쓸 수 있는 특수 능력이 붙는다. 다만 이 역할들은 이름조차 잠정적이며 균형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밝힌다. 예컨대 '갬블러'는 '스프린터'보다 명백히 열등하다. 그럼에도 이런 불균형이 오히려 재미있는 상호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본다. '인슈어러'가 갬블러 앞의 뱀을 안전하다고 표시해 준 뒤 갬블러가 능력을 발동하는 식의 조합이 그 예다.

남는 한계

다만 이 제안은 검증된 규칙집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저자는 협동 변형을 공정성 관점에서 분석하지 않았다고 명시했고, 역할 규칙은 기존 게임만큼 충분히 플레이테스트하지 못했다고 인정한다. 즉 이 글은 완성된 설계가 아니라, 재미없는 시스템을 어떤 레버로 손볼 수 있는지에 대한 사고 실험에 가깝다. 그럼에도 무작위성 제거, 승패 재정의, 최소한의 결정권 부여라는 세 가지 조작은 놀이판을 넘어 사용자 경험과 팀 규칙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어디에나 옮겨 볼 만한 실용적 렌즈를 제공한다. 완벽한 균형보다, 참여자가 지루해하지 않고 계속 남아 있게 만드는 최소 조건이 무엇인지를 먼저 묻는 태도가 이 짧은 리디자인의 핵심이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entropicthoughts.com/snakes-and-lad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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