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에 숨겨진 수학자의 비웃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다들 한 번쯤 읽어보셨을 거예요. 토끼 굴에 빠진 앨리스가 별의별 이상한 캐릭터들을 만나는 그 이야기죠. 그런데 이 동화의 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본업이 사실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수학자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본명이 찰스 도지슨(Charles Dodgson)인데, 평생 기하학과 논리학을 연구한 사람이에요.
최근 storica.club이라는 블로그에 "Math Jokes in Alice in Wonderland"라는 글이 올라와서 흥미를 끌고 있어요. 이 글의 핵심은 이래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냥 환상적인 동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당시 수학계의 새로운 흐름에 대한 캐럴의 신랄한 풍자라는 거예요. 19세기 후반은 수학이 격변기였거든요. 유클리드 기하학을 벗어나는 비유클리드 기하학, 허수(imaginary number), 추상대수학 같은 게 막 등장하던 시기였어요. 보수적인 수학자였던 캐럴은 이런 흐름을 못마땅해했고, 그 짜증을 동화 속에 숨겨놨다는 분석이에요.
미친 다과회는 사실 사원수 풍자였다?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미친 다과회(Mad Tea Party)예요. 모자 장수, 3월 토끼, 겨울잠쥐가 끝없이 빙글빙글 자리를 옮기면서 차를 마시는데, 시간이 항상 6시에 멈춰 있어요. 어릴 때 읽으면서 "왜 이렇게 이상하지?" 했던 그 장면이요.
이 글의 해석에 따르면 이건 사원수(quaternion)에 대한 풍자예요. 사원수가 뭐냐면, 아일랜드 수학자 해밀턴이 1843년에 발견한 새로운 수 체계예요. 보통 우리가 쓰는 복소수가 두 개의 축(실수, 허수)으로 이루어진다면, 사원수는 네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요. 그런데 사원수에는 이상한 성질이 있어요. 곱셈의 순서가 바뀌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거예요(비가환성). 일반적인 수학에서는 3×5나 5×3이 같지만, 사원수에서는 i×j와 j×i가 다른 결과를 내요.
다과회의 등장인물이 네 명(원래는 시간(Time)이라는 캐릭터까지 합쳐서 네 명)이고, 자리를 빙빙 돌면서 "시간이 멈춰 있다"는 설정은 사원수에서 시간 축을 제거하면 회전만 남는다는 점과 묘하게 닮아 있어요. 캐럴이 보기에 이건 "수학자가 시간을 빼버리면 사람들이 미친 다과회처럼 영원히 같은 자리를 맴돈다"는 비웃음이었던 거죠.
키 줄어드는 앨리스와 '극한' 개념
앨리스가 약을 마시고 키가 줄어드는 장면도 마찬가지예요. "이러다 양초처럼 완전히 사라져버리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대목이 있어요. 이건 당시 새롭게 도입되던 극한(limit) 개념에 대한 풍자라는 해석이에요. 어떤 값이 0에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결코 0은 아니라는, 그 미적분의 핵심 아이디어죠. 캐럴은 이걸 "그럼 결국 사라진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하고 비꼬는 거예요.
또 체셔 고양이가 몸은 사라지고 미소만 남는 장면도 비슷해요. "실체가 사라져도 속성만 남는다"는 추상화 자체에 대한 풍자예요. 캐럴 시대에는 수학자들이 점점 "수가 무엇인지"보다 "수의 규칙이 무엇인지"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실체(고양이의 몸) 없이 속성(미소)만 가지고 논리를 전개하는 모습이 캐럴에게는 황당하게 보였던 거예요. 지금 우리가 보면 그게 현대 추상대수학의 출발점이지만, 그 당시 보수파 수학자한테는 사기처럼 느껴졌던 거죠.
보수파의 마지막 저항, 그러나 새로운 수학은 이겼다
재미있는 건 결과적으로 캐럴이 졌다는 거예요. 그가 비웃었던 비유클리드 기하학은 100년 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반이 됐고, 사원수는 지금도 3D 그래픽스와 게임 엔진의 회전 계산에 필수예요. 유니티(Unity)나 언리얼(Unreal) 엔진을 만져본 분이라면 Quaternion.Slerp 같은 함수를 본 적 있을 거예요. 그게 다 해밀턴의 사원수예요.
그러니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추상수학에 대한 보수파의 마지막 풍자"예요. 그런데 풍자가 너무 잘 쓰여서 정작 풍자 대상은 잊히고, 동화만 영원히 살아남았다는 게 또 다른 아이러니죠.
비슷한 사례가 컴퓨터 과학에도 있어요. 1960년대에 다익스트라 같은 사람들이 "goto는 해롭다"고 말했을 때, 많은 베테랑 프로그래머들이 반발했어요. 객체지향이 처음 나왔을 때도, 함수형 프로그래밍이 다시 부상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어요. 새로운 추상화는 항상 처음엔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라는 반응을 받아요. 시간이 지나면 그게 표준이 되지만요.
한국 개발자가 가져갈 만한 것
실용적인 관점에서 이 이야기는 두 가지를 알려줘요. 첫째, 추상화에 대한 거부감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거예요. 모나드, 함자, 카테고리 이론 같은 걸 처음 접할 때 "이게 다 무슨 소리야?" 싶은 게 정상이에요. 캐럴 같은 천재 수학자도 사원수를 못 받아들였으니까요. 그러니 새로운 패러다임이 어렵게 느껴진다고 자책하지 마세요.
둘째, 시대를 거스르는 풍자도 때로는 명작을 남긴다는 거예요. 캐럴은 자기 분야에서는 졌지만, 결과적으로 세계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남겼어요. 개발자로서도 "이 트렌드는 이상하다"고 느낄 때, 그걸 잘 정리해서 글이나 코드로 남기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마이크로서비스 반대론, 모노레포 옹호론, NoSQL 회의론 같은 글들이 결국 업계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그리고 단순히 재미로도 충분해요. 다음에 앨리스를 다시 읽거나 사원수를 만질 때, "아 이게 그 미친 다과회의 그 사원수구나" 하고 떠올리면 코드가 좀 더 시적으로 보일지도 몰라요.
마무리
100년 넘은 동화에 숨겨진 수학자의 짜증을 발견하는 일은, 코드 베이스의 오래된 주석에서 전임자의 한숨을 발견하는 것과 비슷해요. 기술의 역사는 결국 사람의 감정과 논쟁의 역사이기도 하거든요.
여러분이 처음 접했을 때 "이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쓰고 있는 기술은 뭐가 있나요? 반대로, 지금도 여전히 "이건 좀 이상한데" 싶은 패러다임이 있다면요?
🔗 출처: Hacker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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