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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시스 한복판 '버티기 빌딩', 120년 만에 다시 드러나다

메이시스 한복판 '버티기 빌딩', 120년 만에 다시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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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34번가와 6번가가 만나는 헤럴드 스퀘어의 북서쪽 모퉁이에서 오랫동안 익숙했던 풍경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 메이시스 백화점의 상징이던 거대한 빨간 쇼핑백 광고판이 대부분 철거되고, 6번가 방향에 붉은 조각 하나만 남았다. 1층 상가는 비계로 가려졌고 위층의 벽돌과 석회암 외벽은 검은 그물망에 덮였다. 그 아래에서 190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스튜디오형 대형 창과 테라코타 장식을 가진 5층짜리 건물이 다시 도시 풍경의 일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은 건물은 흔히 맨해튼에서 가장 유명한 '버티기 건물(holdout)'로 불린다. 메이시스가 플래그십 매장으로 헤럴드 스퀘어 블록 전체를 차지하려 했을 때, 끝내 사들이지 못한 30×50피트짜리 모퉁이 땅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메이시스는 이 땅을 사는 대신 그 주위를 감싸며 건물을 지었고, 그 결과 블록의 한 귀퉁이가 잘려 나간 독특한 형태가 오늘날까지 남았다.

20세기 초 소매 전쟁의 흔적

이야기는 1901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메이시스는 14번가의 '레이디스 마일' 상업지구에서 더 넓고 교통이 편리한 헤럴드 스퀘어로 이전을 계획했다. 부지에 있던 식당과 이발소, 그리고 최초의 영사식 활동사진이 상영된 것으로 알려진 코스터 앤 바이얼 콘서트 살롱까지 사들였지만, 옛 농장의 모퉁이 잔여지 한 필지만은 손에 넣지 못했다. 땅 주인이던 듀언 펠(Duane Pell) 목사는 25만 달러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금액을 불렀다. 메이시스가 결국 매입에 동의했지만, 계약을 맺기 직전 펠은 경쟁 백화점 시걸-쿠퍼의 소유주 헨리 시걸 측 대리인에게 37만 5천 달러에 땅을 넘겨버렸다.

120개 매장과 3천 명의 직원을 거느려 '빅 스토어'로 불리던 시걸-쿠퍼는 이 모퉁이 땅을 지렛대 삼아 메이시스에 거래를 제안했다. 이전 뒤 비게 될 14번가 매장과 맞바꾸자는 것이었다. 메이시스는 단호히 거절했고, 대신 버티기 땅을 그대로 둔 채 그 주위를 둘러싸는 방식으로 신축을 밀어붙였다. 힘의 우위를 드러내는 다분히 앙갚음적인 선택이었다. 1902년 메이시스가 먼저 문을 열자, 이듬해 패배를 인정한 시걸-쿠퍼는 모퉁이의 옛 구조물을 헐고 윌리엄 흄(William Hume)이 설계한 5층 건물을 새로 지었다. 정작 시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건물의 소유권을 잃었고, 시걸-쿠퍼 자체도 1915년 경영난으로 무너졌다.

왜 지금 다시 드러났나

1920년대 이후 메이시스는 이 건물 외벽에 광고 공간을 임차해 자사 광고로 덮어왔다. 위층은 사실상 비어 있었고, 1층에는 네딕스에 이어 선글라스 헛이 들어섰다. 창을 광고판이 모두 가리는 데다 상층부를 사람이 쓰려면 이중 대피 동선이 필요해 임대 가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세입자를 두기보다 외벽 전체를 광고판으로 임대하는 편이 더 수지에 맞았던 셈이다. 60년 넘게 이 건물을 소유해 온 카우프만 리얼티가 광고 공간을 다른 회사에 넘기려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뉴욕시 건축국은 기존 메이시스 간판 철거와 두 개의 새 LED 사인 설치 허가를 각각 발급했다. 새 임차인이 메이시스일지, 다른 업체일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실무자의 관점에서 이 건물은 하나의 오래된 교훈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조직은 눈엣가시 같은 장애물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여기지만, 현실에서는 걷어내는 비용이 감당 불가능할 때 그것을 감싸 안고 우회하는 설계가 더 오래 살아남는다. 메이시스가 120년 넘게 이 모퉁이를 소유하지 못한 채 그 위에 광고를 얹는 임대 구조로 실리를 취해 온 것은, 소유 대신 계약으로 문제를 관리하는 방식이 때로 더 합리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우회는 근본적인 통제권을 남에게 남겨두는 대가를 치른다. 임대 계약이 끝나 광고판이 내려가는 순간, 오래 가려져 있던 구조가 그대로 다시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34번가 모퉁이에 남은 것은 그을리고 낡았지만 원형의 흔적을 간직한 외벽이다. 새 LED 사인이 언제 그 위에 걸릴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미드타운 맨해튼의 값비싼 부동산을 두고 거대 기업들이 벌인 다툼의 산물이 잠시나마 온전히 드러난 이 짧은 시기는, 오래된 도시가 감춰 온 결정의 층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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