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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프로로 '지어지기 전 집'을 걸어보다: 개발자의 도면 시각화 실험

비전 프로로 '지어지기 전 집'을 걸어보다: 개발자의 도면 시각화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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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를 다루던 사람이 처음 집을 짓기 시작하면, 익숙하던 사고 방식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iOS 앱 개발자로 알려진 크리스티안 셀리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첫 집을 짓는 과정을 기록하면서, 코드와 집 설계의 근본적인 차이를 지적한다. 소프트웨어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기능을 조정하거나 지워버리면 그만이지만, 잘못 놓인 벽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결정 하나하나가 무겁고 되돌리기 어렵다는 압박감, 그리고 요즘처럼 부동산 가격이 비싼 시장에서 1제곱피트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부담이 겹치면서, 그는 도면을 '느끼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문제의 출발점은 평면도의 한계다. PDF 도면 속 검은 사각형만 봐서는 '13피트 × 15피트'라는 숫자가 실제로 어떤 공간감을 주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복도가 답답할지, 현관에 들어섰을 때 무엇이 보일지 같은 질문은 자와 숫자로는 풀리지 않는다. 그가 떠올린 답은 VR이었다. 게임 성능만 놓고 보면 더 나은 기기도 있지만,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풍부한 센서로 가상 공간을 그려내고 사용자를 그 안에 배치하는 능력에서는 비전 프로만한 소비자 기기가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소비자 도구를 이어 붙인 파이프라인

흥미로운 지점은 값비싼 전문 소프트웨어 없이 무료·저비용 도구를 엮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 그는 취미용으로 무료 제공되는 3D 모델링 도구 퓨전 360(Fusion 360)에서 평면도를 2D로 그린 뒤 벽을 위로 밀어 올리는(extrude) 방식으로 바닥·천장·벽과 문 구멍을 세웠다. 3D 도구가 낯설다면 유튜브와 AI에게 묻는 방식으로 배울 수 있고, 파이버(Fiverr) 같은 곳에서 도면을 3D 파일로 변환해줄 사람을 합리적인 비용에 구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텅 빈 벽만으로는 창고를 걷는 느낌이라 스케일이 잡히지 않는다. 빈 집에 들어섰을 때 넓어 보이던 공간이 짐을 들이면 좁아지는 것처럼, 실제 감각을 만들려면 재질과 사물이 필요하다. 퓨전에서는 'A' 키로 Appearance 패널을 열어 나무·돌·페인트, 심지어 창문용 유리 질감까지 끌어다 붙일 수 있다. 가구는 이케아가 상당수 제품에 대해 3D 모델을 제공한다는 점을 활용했는데, 다만 이를 내려받으려면 탬퍼몽키(Tampermonkey) 브라우저 확장 스크립트가 필요했고, 받은 glb 파일은 별도 웹사이트를 거쳐 obj로 변환해야 퓨전에서 쓸 수 있었다.

가구를 넘어서는 소품—스탠드 믹서, 밥솥, 심지어 차고에 둘 자동차까지—은 커뮤니티 기반 사이트 3D 웨어하우스에서 구했다. 이 파일들은 원래 스케치업용이라 퓨전에서 바로 열리지 않지만, 셀리그는 iOS 기기로 해당 URL을 열어 3D 뷰의 공유 버튼을 누르면 USDZ 파일을 얻어 맥으로 에어드롭할 수 있다는 우회 경로를 찾아냈다. 이후 다시 obj로 변환해 배치하는 식이다. 이렇게 완성한 공간을 퓨전의 USDZ 내보내기 기능으로 저장해 비전 프로로 옮겼다.

마지막 조각은 '바이브 코딩'

하지만 파일을 그냥 비전 프로에서 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집 전체를 실제로 걷다 보면 현실의 벽이나 가구에 부딪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간극을 직접 만든 앱으로 메웠다. 클로드(Claude)와 코덱스(Codex)를 조합해 한나절 만에 짜낸 USDZ 뷰어 '프로스펙터(Prospector)'로, 컨트롤러를 이용해 공간 안을 순간이동하듯 돌아다니며 원하는 위치에서 둘러볼 수 있게 했다. 그는 자신이 코드를 사실상 0% 작성했다고 농담하며, 완성도보다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결과물을 재미로 만들어냈다는 것'에 바이브 코딩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앱은 깃허브에 공개돼 있지만, Xcode에서 파일명을 직접 바꾸고 컨트롤러를 페어링해 기기에서 실행해야 하는 등 앱스토어 수준과는 거리가 있다.

실무자가 눈여겨볼 지점과 한계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는 결과물 자체보다 접근 방식에 있다. 전용 솔루션이 마땅치 않을 때, 무료 모델링 도구·브라우저 스크립트·파일 변환 웹사이트·LLM 기반 코딩을 이어 붙여 개인이 감당 가능한 워크플로를 조립했다는 점이다. 특히 정식 개발에 몇 주가 걸렸을 도구를 오전 한나절의 바이브 코딩으로 대체한 대목은, LLM이 '만들 가치는 있지만 굳이 시간을 쏟진 않았을' 일회성 도구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이케아나 3D 웨어하우스가 모든 품목의 모델을 제공하지는 않고, glb·USDZ·obj 사이를 오가는 변환 과정은 텍스처가 편집 화면에서 렌더링되지 않는 등 여러 지점에서 어설프다. 최종 앱 역시 소스에서 파일명을 손대야 동작하는 수준이라 일반 사용자가 그대로 쓰긴 어렵다. 결국 이 파이프라인은 개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열려 있는 길이다. 그럼에도 셀리그는, 건축가가 전문 소프트웨어 Revit으로 보여준 3D 워크스루가 인상적이긴 했으나 이미 몰입형으로 공간을 걸어본 뒤라 새삼스럽지 않았다고 전한다. 하드웨어만 갖춘다면, 짓기 전 설계를 3D로 미리 방문하는 일이 언젠가 집짓기의 기본 단계가 되리라는 그의 전망이 과장으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SOURCE · HACKER NEWS
원문 전체 보기 → https://christianselig.com/2026/07/vision-pro-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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